斷想 26

2023. 2. 23. 20:03생각

- 나는 복합 체육 센터(헬스장, 골프장, 수영장, 스파 등) 스파에서 근무한다. 스파에 사람이 제일 많고 그래서 옷가지나 수건 등의 물품도 제일 많으며 소진도 가장 빠르다. 전량이 소진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따라서 여유분이 있을 때가 많다. 아까 근무 중에 다른 섹터에서 사람이 와서는 양말이 다 떨어져 컴플레인이 들어온다며 양말 좀 내어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근데 친구가 여유분이 있음에도 내주지를 않는 것이다. 여기서 친구의 말이 너무 쇼크였다.

'다른 데서 욕을 먹어야 우리가 상대적으로 나아 보인다'

자기 딴에는 효율적인 생활력의 발로라고 여겼으리라. 양말을 얼마만큼 내어줄지의 전권이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당장 점유하여 관리할 책임이 있으니 대여의 권한이 상당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혹시 몰라서 다 떨어질까 봐 내어 주지 않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의 고통을 묵과하는 것으로부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저런 친구가 사회의 요직(공정하고 도덕적이어야 하는)에 있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또한 저런 이들(그보다 더 악한)이 도처에 널렸을 텐데 참 이 세계에 대한 걱정이 아니 되는 게 아니더라. 개개가 부단히 도덕적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게 이런 데서부터 체감되는 것이니, 그런 이들로 구성된 사회의 분규가 어찌 필연적이지 않을 수 있으랴. 나도 표현은 거칠지만, 마음의 양심은 상식적인 사람이다. 물론 도덕적 통념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기는 하지만 타인을 해하려고 하면서까지 논리나 원칙을 따져 묻는 건 아니다.

- 이번 사건으로 인간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기보다는 내가 속할 무리의 부류를 선택할 능력을 갖춰야 함을 통렬히 깨달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배타적 내집단주의자가 되려는 건 아니다. 적어도 저열한 무리 속에서는 그 이상을 보기 어려움을 경계하는 것이다. 근데 이미 나부터도 저열과 우월을 구분 짓는 비도덕을 범하고 있다. 이 자가당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겠다.

- 방금 여자 스파에서 회원 하나가 쓰러졌단다. 이에 나는 무심코 "우리 아니어서 다행이다"라고 내뱉었다. 이것은 도덕적 해이를 정면으로 가리키는 표현과 생각인가? 만약 그렇다면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도덕 어쩌고 떠들던 녀석이 하는 발언 치고는 상당히 모순된 발언이라고 아니할 수 없으리라. 나는 얼마나 위선적인 사람인가?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곧바로 깨달아 회개하려는 태도만으로도 지탄을 덜 받을 만할까? 우선 내 생각이 정말 비도덕적인지부터 따져보자. 여자 스파에서 사람이 쓰러졌다. 남자 쪽에서 쓰러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건 우리보단 타인 쪽에 손실이 일어나는 게 다행이라는 뜻과 유사하게 보인다. 내가 의지로 상대 쪽에 손실이 일어나게 하지는 않았기에 이전 사건과는 다소 궤를 달리하지만, 그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유사하다는 점에서 결국 나 역시 그 친구와 비슷한 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그 역시 역부로 타 업장에 손실을 일으킨 건 아니다. 이미 손실은 발생했고 거기서 돕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친구는 부작위를 선택했다. 물론 부작위의 책임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손실의 책임이 그 친구에게 있는 게 아니기에 애초에 책임이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려울 것 같고, 다만 충분히 도울 여건이 되는데도 굳이 원조를 결행하지 않았다는 '자기 선택의 책임' 정도는 있을 것이다. 친구는 부작위의 비도덕적 선택을 했고, 그것의 부도덕성은 직접 타인을 해하는 경우보다야 경감되겠지만, 자신의 도움이 없다면 상대가 위해를 입을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고 필요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도덕적으로 질타 받아 마땅하다.

- 내가 속할 무리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

- 남 주기 아까운 심리는, 남은 걸 가지고 있으면 이익이 있을 경우나 상대가 싫어서 주기 싫을 때 정도일 터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주지 않는 경우는 납득할 만한가? 그렇다. 즉 어느 행위 자체가 비도덕적이려면 어떠한 맥락에도 구애받지 않고 그 자체로 도덕성을 담지하지 않아야 한다. 타인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는 행위라도, 내가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부득이하게 나의 손실 회피를 우선해야 할 수밖에 없다.

- 실내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되자마자 사람들은 벌써부터 눈치 싸움과 자기 검열에 들어갔다. 누가 누가 벗나 보자.

- 가진 게 많을 땐 감춰야 하고 가진 게 없을 땐 과시해야 한다. - www

당위에서 평서 언술로 변환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

사람들은 가진 게 많을 땐 감추고, 가진 게 없을 땐 과시한다.

- 이론의 가치 : 신뢰성, 타당성, 독립성, 포괄성

- 도덕 우월감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남의 잘못은 내 잘못보다 잘 보이기 마련이니까.

- 몸매 관리는 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

- 공부하기 싫을 때, 1.30 로그 사태, 1.xx 평택대의 금융 반란을 복기할 것

- 타인의 무지를 지적하는 이와는 뭔가 알아야 하거나 몰라도 되는 유의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즉 지적인 대화는커녕 보통의 대화마저 금하는 것.

- 경제예측의 유일한 기능은 점성술을 더 훌륭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 -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 오류의 중요한 본질적 요소는 오류의 형식이나 수단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려는 의도, 즉 여러 가지 형태를 통해 그것을 관철하려는 의도이다. - 프로이트

- 의심은 증거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혹시 내가 속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 검사내전

그러면 그 불안감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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