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28

2023. 2. 23. 20:04생각

- 어렸을 때, 모친이 나에게 쌍욕을 박으면 나도 쌍욕으로 맞받아쳤다. 그 당시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게 잘못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상규나 전통을 이유로 어느 한쪽에 막강한 권력을 몰아 준다면 관계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우연히 얻은 권력은 절대적으로 우연에 그쳐야 하고 조리에 맞게 그것을 거부하거나 박탈할 필요도 있다. 고작 쌍욕으로밖에 대응하지 못한 반공反攻의 미비에 대한 자책을 할 뿐이지, 자식에게 욕을 먹고 충격을 받은 모친에 대한 미안함은 추호도 없다. 왜냐하면 자신이 상대에게 인신공격을 했으면 응당 반격을 당할 것을 예상해야 하는데, 일말의 그러한 의식도 없었다는 점이 괘씸하기 때문이다.

- 다수(사회)는 필요에 따라 타인의 자유를 제한한다.

- 법이 범죄자에게 관대한 것이 아니라, 법이 인간에게 관대하게끔 만들어지다 보니 범죄자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다. -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 법률 없는 처벌 없고 책임 없는 처벌 없다. 책임이란 누군가의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다. - 최소한의 선의

-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의 기준이 뇌과학이나 의학, 범죄 통계학 등이 동원되어 정밀하게 정해지는 것이라도 가변성을 항구적으로 담지하고 있다.

- "아 ㅎㅎㅎ"라는 반응이 나오게끔 말을 한다면 말을 못 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 말의 잘잘못에 관계없이 상대방이 무관심하거나 불편해할 수도 물론 있다. 다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단답만이 아니라 많은 내용이 있는 언술이 나오게 한다면 좋은 대화법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 신체적 능력이나 부모의 재력 모두 우연적 타고남인데 왜 전자는 칭송받고 후자는 지탄받는가? 그것이 미치는 결과 때문이다. 전자로 인해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이는 얼마나 될까? 가령 뛰어난 축구 선수의 자식의 실력이 우월하다면 부모가 유전자를 부당하게 물려줬다고 질타할 수 있을까? 실력도 없는 자식을 터무니없는 자리에 앉히는 게 더 부당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역시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는 선에서 자기만 호의호식하면 별문제는 없을 수 있으나 낙하산 채용으로 본래 자리에 앉아야 할 사람 대신 앉거나 경영 능력의 미흡으로 회사와 직원에게 금전적 손실을 가한다면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진지하지만 자칫 쓸데없어 보이는 물음이 있다. 상식에 대한 논박이라든가 철학적 물음 등이 그것이다. 가령 '대머리'를 야민정음화 하여 '머머리'라고 하는데, 왜 '머대리'가 아닌지 이해가 가지 않아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나 '폰에서 손을 놓다'와 '손에서 폰을 놓다' 중 무엇이 덜 어색한지 논하는 경우 등의 사례가 있다(더 생각나면 추가). 이에 친구는 "참 피곤하게 산다"라며 한심하게 쳐다보는데, 나는 왜 시시콜콜한 내용의 일화를 떠벌리는 것보다 그것이 덜 피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 친구는 사람과의 직접적 교류로부터 에너지를 충전하는 외향형 타입이다. 반면 나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내향형이다. 각자의 맥락에 맞게 피로를 느끼는 상황이 다르다. 그 친구는 말질을 좋아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말질에는 피로를 느끼지 않고 자기가 원하지 않는 말질에는 피로를 느낀다.

-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이나 노동력 모두 대가를 받고 그 상당의 용역이나 가치 등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기업은 경쟁에 의해 상품가를 낮추든가 담합을 통해 상품가를 올린다. 마찬가지로 노동자 또한 임금 협상에서 자기를 싸게 내놓기도 하고 노조 활동을 통해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되고, 헬스장의 남자 대부분은 마스크를 벗었다. 반면 여자 대부분은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이를 외모 민감성 때문이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까? 물론 여자들은 숨이 찰 정도로 운동을 하진 않기 때문에 마스크의 치명적 불편함을 모를 수도 있겠다.

- 여자들은 자기만족으로 노출한다면서 남 평가를 의식하여 마스크는 벗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사람 외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굴형이다. 그렇다. 내가 얼굴형이 못생겼다..

- 분문糞門에 삽입하여 음경에 똥 찌꺼기가 묻어 나오고 똥 구린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건 꼴린다면서, 여자가 똥 싸는 건 충격이라는 남자의 심리는 자가당착이며 괴랄하고 괘씸하다.

- 신태일 발작 영상에서 신태일이 비명 지를 때 주변 여자들이 너나 할 거 없이 기겁하는 것보다, 남자들이 콜드 어프로치에서 미성년 여성이 걸렸을 때 무슨 죄지은 마냥 미안하다며 내빼는 것이 더 병신 같다.

- 어떠한 정보를 피상적으로조차도 모른다고 질타하는 이에 대해서는 내가 알고 그는 모르는 내용만 나오면 최대한 꼽줘야 한다.

- 애인이 많이 어리면 대화가 안 통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근데 여자의 나이가 많든 적든 어차피 대화가 안 통하는 건 어느 정도 전제해야 한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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