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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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이는 방법
예전부터 하던 생각이 있다. 화약에 의한 폭발물과 화학탄, 그리고 독극물 방류에 의한 음독이 아닌 방법으로 단시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이는 변인 통제 여부에 따라 결괏값이 현저히 달라질 일이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죽일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이 적용된다고 했을 때 앞에 적시한 살인 도구를 제한 그 어떠한 도구를 이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차적 목표였다. 그렇다면 내 목적에의 실현을 도와줄 도구를 선별해 보자. 일단 내가 활발하게 몸을 움직여 직격을 하는 도구는 효과적 살상 도구로 적절치 않다. 정말 압도적으로 날카롭고 강도가 센 칼이 있다고 하자. 그러니까 칼이 체신을 찬진鑽進할 때 별다른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아 손목이나 ..
2021.12.16 -
이불 속에 사는 귀신
예전에, 내 역할을 차용한 영화가 있었다. 주온이라고, 토시오인가 하는, 얼굴에 백분을 덕지덕지 처바른 아이가 이불 속에 숨어 있다가, 이불을 덮고 있던 사람이 그것을 들췄을 때 놀래는 장면으로 나오더라. 우리 같은 부류는 실제로 그런 식으로 놀래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토시오는 혼령이 자연계에 표상화된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로 혼령이 물질화될 수 있다는 근거는 아직까지는 없다. 따라서 내가 이불 속에서 무슨 짓을 하든 간에, 이불을 덮고 있는 인간들은 그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나는 죽기 전에 관음 성벽을 가지고 있던 혼인지라, 주로 속옷 안을 관찰하기를 즐겨 한다. 죽기 전엔 남자였지만, 죽은 뒤에 남게 된 혼은 성별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기에(물론 생전의 기억과 습관이 어느..
2021.12.16 -
Cliffhanger
나는 지금 절벽에 매달려 있다. 그러니까, 이건 어떠한 유의 난관인 상황에 대한 아찔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진짜 절벽에 매달려 있다. 가파른 산이 되었든, 높은 건물이 되었든, 소형화된 신체로 여성의 빈유 끝에든, 어쨌든 뭐가 되었든 나는 바닥과 멀찍이 떨어진 높은 곳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다. 비유적인 것이 아니니 물리적으로, 실제로 내 육신이 내 현재의 처지를 절감하면서 현저히 느끼고 있다. 평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두었던지라 잠깐은 매달려 있을 만하지만, 평균 이상의 체중에 의한 하중을 감당하는 것이 상당히 버거우므로 얼마 있지 않아 나는 악력의 쇠진 끝에 점점 벌어지는 손아귀의 비접착성을 정면으로 맞이할 것이고, 그로 인해 나는 허공에 얼마간 부웅 뜬 느낌을 받음과 동시..
2021.12.15 -
환각
골목이긴 골목인데, 경사가 진, 그러니까 올라가게끔 된 경사로에다, 돌층계가 균일한 규격으로 축조된, 폭이 좁은 양옆의 벽면은, 건물인데 일반 가정집으로 추측되며 벽을 타고 배수관이 길게 세로로 뻗어 있고, 그 배수관 아래쪽 끝부분에 수챗구멍이 나있고, 벽엔 경사로를 따라 평행하게 설치된 철 손잡이가 옹골차게 매달려 있으며 마치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거리를 연상케 하는, 그러니까 민가에 빽빽하니 관광객이 들어찼는데, 군중 위의 집 창문에서는 이불을 널고, 꽃바구니에 물을 주는 모습이, 두 상반된 목적을 지닌 자들의 공존을 보여주는 듯한 부조화적 조화를 보여주는 듯하는 화창한 어느 오전의 그 골목엔 여느 때처럼 평범하여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아닌, 나체의 여성이긴 한데 마르고 체구가..
2021.12.15 -
禁斷の 密藏
어렸을 적 경험한 그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우리 가족은 면 단위보다도 더 작은 'xx리'인 시골로 이사를 갔다. 애들 시골살이 한 번 경험시켜 주겠다는 자신들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금에서야 엄마가 그리 일렀다. 당시에 우리 집 바로 옆에는 축사가 있어 사시사철 소똥 냄새로 온 동네를 도포하였기에 그 오물 입자의 날림의 지독함을 무릅쓰고 지내야 했으며, 길을 따라 마을을 빠져나가면 yy면으로 가는 도로가 길게 놓여있었다. 그 도로 맞은편에는 zz공원이라 일컫는 얕은 산이 있었는데, 그 산 전체가 공동묘지며 화장터였다. yy면에 소재한 초등학교에 전학을 가고 거기서 친해진 친구들과 밤에 가끔 그 공원으로 놀러 다니곤 했으니 공동묘지에 대한 공포심은 전무했다. 지..
2021.12.15 -
나은 씨의 인생
나은 씨는 서울, xx 동의 복잡하게 붐비는 역 부근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풀타임으로 하며, 간당간당하게 인생을 견뎌나가는 가긍可矜한 백조다. 프리터의 삶이 그 자체로 가여운 것은 아니지만, 나은 씨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잘 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는 자신의 삶에 내린 진단이다. 나은 씨는 오늘도 일을 나간다. 여느 식당 아르바이트가 그러하듯이, 구직자에게 특별한 능력을 요하지는 않고, 단지 분주하고 신속한 움직임과 빠른 상황 판단 능력과 임기응변식 대처, 그리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에 대한 인내를 요구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나은 씨는 왜 그것이 특별한 능력이 아닌지 초반에는 의심스러웠으나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숙달에 의해 언젠가는 도달할 경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정도의 능력이..
202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