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루' 사용은 여성 혐오 문화 형성에 일조하는가?

2021. 11. 17. 14:38생각

http://www.segye.com/newsView/20210219512365

 

[단독] 윤지선 교수 “보겸, ‘여혐표현’ 의도 은폐…엄중 대처 할 것”

“자신이 만든 용어가 어떻게 여성혐오 용어로 확대, 전파되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유튜버 보겸은 이를 지적한 이들을 오히려 ‘남성 혐오자’로 왜곡하고, 명예훼손을 운운하며 집단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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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에서 윤지선 교수의 대응을 보고 든 여러 생각이 있다.

1. 보겸이 보이루 탄생 시초의 의미를 '보지 + 하이루'로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후에 변질된 보이루의 유행에 책임이 있는가?

이에 보겸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윤지선 교수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잣대는 보겸에게 다소 가혹한 처사다. 우선 윤지선의 입장을 보자.

"... 사회적 논란을 빚어온 이 표현을 여성 혐오적으로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언급이나 요청을 한 적이 없다"

이 주장은 보겸의 보이루에 대한 지금까지의 태도가 부작위에 의한 묵인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필자는 보겸의 방송을 보지 않아서 세부 사항까지는 모르나, 조금만 검색해 보면 보겸이 보이루의 '보'가 '보x'가 아님을 대중에 설득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의 여흔餘痕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 '보스를 지켜라'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드라마의 제목을 줄이면 보지가 된다. 그 경우에 '보지'는 청자로 하여금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경향이 비교적 확실하다. 그렇지만 보이루만으로는 여성의 성기를 해석해내기 다소 모호하고, 단지 해석의 측면에서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으로 치부된다면, 추론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현재 여성 혐오와 성차별적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는 '보이루' 표현의 전파자로서 보겸 자신이 기록되는 것이 명예훼손이라 주장한다면, 그가 이 용어를 혐오 표현으로 적극 전파하고 사실상 여성 혐오 문화를 생성한 남성 팬들에게 '명예훼손의 원인 제공자'라고 왜 결코 이야기하지 못할까"

위 주장은 다소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추론에 의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윤지선이든 필자든 그 누구도 보겸의 남성 팬 일반이 보이루를 보지하이루라고 의도하여 전파하였음을 입증해내지 못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러한 시도도 있지 않았고, 시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엄밀하게 입증해낸 전례가 없다. 보겸의 남성 팬 일반을 여성 혐오 문화를 생성하고 혐오 표현을 적극 전파했다고 매도하는 작태는 현명하고 냉철하게 세태를 분석하고 사실을 다뤄야 하는 학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만드는 오행汚行이다. 보이루를 남발하는 보겸의 남성 팬이 여성 혐오를 부추겼는지, 보이루를 보지하이루라고 해석하는 해석자가 여성 혐오로 오해했는지는 사실상 엄밀히 따지기 어려운 문제다. 하필 이름에 '보'자가 들어가서, 성에 민감한 남성에게 '보' 자가 보지로 해석될 여지가 높아서, 누군가에게는 보이루가 보지하이루의 의미로 쓰였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개연성 있는 논리로 유행이 번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함직하다. 마찬가지로 사용의 의도와는 별개로, 하필 이름에 '보'자가 들어가서, 성에 민감한 여성 해석자에게 '보' 자가 보지로 해석될 여지가 높아서, 그들에게 보이루가 보지하이루의 의미로 해석되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개연성 있는 논리로 유행이 번졌을 것이라고 해석할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함직하다. 즉 어떤 관점에 따르더라도 그러한 해석들은 모두 받아들일 수 있으며, 따라서 각각의 주장은 양립 가능하다. 필자의 생각은, 이러한 두 입장은 구분에 의한 것일 뿐, 사실은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어쨌든 보이루를 전파한 남성 팬을 여성 혐오 전파자라고 낙인찍는 것은 가혹한 처사임과 동시에 명예훼손의 원인 제공자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리고 보지를 가진 모든 여성이 명예훼손을 당한 피해자라고 보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보지가 오직 여성 귀속적인 이유만으로 명예훼손적 언급이 허용되는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여성스러운 다른 신체 부위나 특성 역시 명예훼손적으로 쓰이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보이루가 명예훼손이지만 '여유이루(여성형 유방 하이루)'가 명예훼손일 수 있거나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은 상존한다. 전자의 경우, 여성형 유방을 가진 남성에게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으며 이는 여성 혐오의 원칙에 위배하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만약 보지만이 명예훼손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보지가 명예훼손적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하며, 더불어 다른 여성형 특성이 (명예훼손적이라면) 명예훼손적이거나, (명예훼손적이 아니라면) 그렇지 않을 이유도 제시하는 편이 낫다.

2. 만약 보겸이 자겸이었다면 보이루는 자이루가 되었을 것이다. 보겸이 자겸이었을 경우, 무리하게 인사말을 보이루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특정 여성 집단에서는 보이루에 대항하여 자이루라는 미러링을 시전했다. 자이루는 명백하게 '자지 + 하이루'의 뜻을 내포한다. 왜냐하면 자이루의 태생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이루의 태생을 결정짓기는 아무래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윤지선의 경우, 태생보다도 (태생부터 그러한 의미가 아니라면) 변형된 전파를 문제시하지만, 어쨌든 태생적 의미가 변질된 의미와 다르다면, 보겸의 기존의 항변적 태도만으로, 보겸은 논란의 사태를 유기遺棄하지 않았다.

 

 

‘보이루’를 듣는 여학생들이 이를 불편하고 공격적인 표현으로 인지해 반발하면 남성들은 “아니다. ‘보겸+하이루’의 단순 표현일뿐 여성 비하가 아니다. 듣는 네가 잘못된 것”이라고 대응하며, 이는 “말하는 이의 의도를 적극 은폐할 뿐 아니라 오히려 문제 제기하는 듣는 이의 인식 구조가 잘못된 양 몰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 기사 중에서, "말하는 이의 의도를 적극 은폐할 뿐 아니라 오히려 문제 제기하는 듣는 이의 인식 구조가 잘못된 양 몰아가는 것"이라는 지적은 자리만 바꿔 반박할 수 있다. "듣는 이의 의도를 적극 은폐할 뿐 아니라 오히려 문제 제기하는 말하는 이의 인식 구조가 잘못된 양 몰아가는 것"으로 말이다. 듣는 자와 말하는 자의 권리 중 누구의 권리가 우선하는가? 이러한 우선권 쥐여주기 논의는 매우 어렵다. 이해관계의 충돌 때문이다.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을 배려하라고 주장한다. 보이루 사용자(주로 보겸 팬)는 보이루의 뜻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보이루를 보지하이루라고 해석하는 집단은 보이루의 뜻에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실제로 보이루를 사용함에 있어, 보지의 뜻이 희미하다면 보이루의 잘못을 지적하는 집단의 주장이 약화될 수 있고, 실제로 보이루를 보지의 뜻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보이루의 잘못을 지적하는 집단의 주장이 강화될 수 있다. 어쨌든 그 잘잘못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한데, 말하는 이의 뜻을 어찌 알랴? 다만, 해석자에 비해 피해석자가 불리한 경향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알 수 있는데, 피해석자의 발화가 명백하고 객관적이지 않고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면, 아무래도 비교적 단언조인 발화 내용은 해석의 초월성에 그 지위를 내줄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보이루의 '보'가 보지로 해석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많은 수의 '노' 사용이 노무현으로 해석되어 일베 취급을 받게 되는 어이없는 경우가 그러한 경우이다.

어쨌든 윤지선의 말을 이용한다면, 말하는 이(보이루 사용자)의 의도(보지 + 하이루)를 적극 은폐(보겸 + 하이루)할 뿐 아니라 오히려 문제 제기하는 듣는 이(보이루를 보지하이루라고 해석하는 이)의 인식 구조(보지 + 하이루)가 잘못된 양(보지 + 하이루) 몰아간다고 할 수 있음과 동시에, 듣는 이(보이루를 보지하이루라고 해석하는 이)는 자신의 해석 의도(가부장제 배격, 남성 권력 붕괴, 남성으로부터의 모종의 이해적 우위 점유 등)를 적극 은폐(자신들의 지적이 정당하다는 태도. 즉 보이루는 보지하이루가 맞으며 그것은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라는 주장)할 뿐 아니라 오히려 문제 제기하는 말하는 이(보이루 사용자)의 인식 구조(보겸 + 하이루 or 보지 + 하이루 or etc)가 잘못된 양(보지 + 하이루) 몰아간다.

'~노'의 발화 습관이 유행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것은 노무현 비하적인 문화가 만연하게 되는 현상인가? 왜 '노'의 사용이 노무현 비하에 귀속되는가? 선후관계가 잘못되었다. 마찬가지로 보이루의 태생이나 유행이 여성 혐오를 발판 삼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여성 혐오 문화 형성에 일조하는 것은 보이루 사용자가 아니라 보이루 해석자이다(물론 이 경우, 해석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보이루 사용자는 여성 혐오 문화 형성에 일조했다고 취급될 수 있다). 반대로 보이루의 태생이나 유행이 여성 혐오를 발판 삼았거나 적어도 그런 의도에 의한 것이라면, 여성 혐오 문화 형성에 일조하는 것은 보이루 사용자이거나 보이루 해석자이다. 또한 보이루의 태생이나 유행이 여성 혐오를 발판 삼았거나 적어도 그런 의도에 의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여성 혐오 문화 형성에 일조하는 것은 보이루 사용자이거나 보이루 해석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