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은 죽이기를 멈춰라

2021. 11. 17. 14:30생각

에이프릴 왕따 사건이 화두가 된 지금, 폭로 사이트를 중점으로 왕따 가해자로 지목된 에이프릴(특히 이나은)에 대한 무분별한 집중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문제 삼는 것은 멤버들 간의 개인적인 불화나 왕따와는 별개로, 사실 여부가 확인이 되지 않은 학폭 의혹을 기정사실화하여 인성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과 과거 영상을 따돌림의 증거라고 사후적으로 해석하여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증폭시키고 거짓된 사실을 확대재생산하는 작태이다. 현재 시점에서 서로 간의 증언 공방이 오가는 중이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의 확정된 사실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발언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필자는, 현재 시점에서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이현주(+ 윤채경, 레이첼)를 제외한 에이프릴 멤버가 왕따의 가해자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하지 못한 의심이 난립하는 작금의 대중적 분개를 보면, 필자는 제2의 티아라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필자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설령 이현주가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그녀가 도대체 무엇으로부터의 피해자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이현주가 자살을 시도하였고 탈퇴 전날에 병원을 다녀온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악의적 따돌림'에 의한 정신적 피해였는지 확증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설령 피해 추정자인 이현주가 어떠한 유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정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타 멤버들의 '악의적 따돌림' 행위가 실재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이현주 개인의 정신에만 존재하는 심적 고통으로 남을 뿐이므로 이현주를 제외한 그 당시 멤버들의 가해 사실이 확인되어야 한다.

필자는 폭로가 처음 시작된 사이트인 네이트 판에 게시되는 일부 공격 글과 유튜브에 확산되는 사이버 렉카들의 영상을 문제 삼을 것이다. 필자는 이현주의 고통을 통감하며 이현주의 고통이 부디 악의적 따돌림에 의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이현주가 스스로를 따돌림의 피해자라고 여기는 일방적인 믿음 만으로는 따돌림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 필자는 지금까지 에이프릴 멤버들이 이현주에게 가했던 행동들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지만, 드러난 행동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이 이현주를 명백하게 따돌린다는 정황을 포착해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애매한 행동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정황 증거가 될 수 없다. 현시점에서 유추해석은 지양하는 편이 나으며 여러 가능성을 두어 최대한 넓게 해석하는 것이 이 상황을 대하는 건전한 태도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러한 관용적 해석은 이현주를 포함한 에이프릴 멤버 모두에게 해당한다.

 

https://pann.nate.com/talk/358216702

 

에이프릴 진솔 표정봐;;;

오른쪽 맨 오른쪽 왤케 뚫어져라 흘겨댐? 가운데 맨 왼쪽 마지막짤에서도 젤 나댐 이나은은 그나마 표정"은" 관리함 근데 진솔 얘는 짤마다 표정이 개띠꺼움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싶네 명치 조

pann.nate.com

 

우리는 절대로, 주어진 선결 정보에 의해 낙인을 찍는 확증 편향을 발동시켜서는 아니 된다. 이현주를 제외한 멤버들을 따돌림 가해자라고 프레임을 씌워서 뒤에 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면 그 틀에 맞게 편중되게 해석할 여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도대체 문제가 제기되는 어떤 상황에서, a가 b에게 무슨 연유로 그러한 표정을 짓거나 행동을 취했을까를 신중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상황 전반적인 맥락, 당사자들의 관계, 가해 추정자의 당시 감정 상태, 해석을 하는 자의 인지 편향 점검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은 복합적이다.

위 글에서는 이진솔의 표정을 지적하고 있다. 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 둔감한 필자가 보더라도 무언가에 대해 언짢아하는 기색이 보이는 듯하다. 우리는 진솔의 원래 표정이 저런지, 또는 다른 멤버가 발언을 할 때에도 저런 표정을 종종 짓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만약 수백 개의 사례 중 하필 유독 위의 짤과 같은 표정이 지어졌다면 해석자는 다수의 보통의 표본을 무시하고 자신의 해석에 유리한 특정 표본에만 초점화를 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 된다. 진솔이 정말 현주가 싫어서 저런 표정을 지은 것인지, 원래 유독 현주에 대한 장난이 발현된 것인지는 일부 사례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설령 진솔이 정말 현주가 싫어서 저런 표정을 지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현주에 대한 따돌림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따돌림에 대한 정황 증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일상적으로는 그렇게 받아들여서 효율화를 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경험적으로 보아 그러할 경향이 높다'라며 애매한 추정을 할 수는 없다. 만약 진솔이 현주를 실제로 따돌렸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서 공식 석상에서 무의식적인 혐오의 표정이 표출되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이를 조건문으로 나타내보자.

진솔이 현주를 따돌렸다 → 현주에 대한 언짢은 표정이 나왔다

우리가 지금 상황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오직 후건에 관한 것뿐이다. 설령 위 조건문이 반사실적 조건문이 아니라 직설법적 조건문(함언implication)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후건의 사실됨으로 전건이 사실이라는 것을 추론할 수 없다. 전형적인 후건 긍정의 오류를 범하는 작태이다. 지금 현주 옹호자들과 에이프릴 음해자들이 저지르는 오판은 반사실적 조건문에 대한 후건 긍정의 오류이다. 즉 그 판단 양태를 보면 이러하다. "어떤 특정한 현시나 결과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에 의한 것이겠구나"라고 잘못된 전제를 상정하며 착오를 일으키고 있다. 진솔에 대한 착오를 이에 대입하면, "진솔의 특정한 표정이라는 결과는 현주에 대한 멸시 때문에 일어난 것이겠구나"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5PpCUTL2Tv4 

 

필자는 지금 에이프릴이 출연한 리얼리티 '에이프릴이 간다'를 정주행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제가 없는 다수의 표본을 무시하고 문제가 되는 부정적인 표본을 부각하는 음해자들의 작태를 가려내기 위함이다. 다른 멤버들이 이현주를 어떠한 형식으로든 따돌리는지를 중점으로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여담인데 현주는 물개 박수를 참 많이, 잘 친다. 에이프릴이 간다 3화를 보면 꽃게탕 먹방 중, 왼쪽에서 세 번째에 앉은 현주가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만 먹는 것을 유독 강조하여 동정 여론이 형성된 것을 이 사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런데 여섯 멤버의 젓가락질 반경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현주에 비하면 넓지만 예나, 소민, 채원 역시 그리 멀리까지 젓가락을 뻗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식사 장면이라고는 빨리 감기를 감안하더라도 기껏해야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장면 일부만으로는 현주에 대한 동정을 도출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자칫 역전된 가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어쨌든 이 경우는 악의적 편집이 아니라 악의적 해석인 것으로 판단된다. 까고 싶으면 어떻게든 깔 명분과 오인된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태에 대한 신중한 숙고 없이 표면적인 선동에 넘어가는 대중의 집단지성은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다.

영상 몇 개를 봤는데 몇몇 구간에서 부분적으로 현주의 언동이 타 멤버들에게 무시되는 경우가 눈에 띄긴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멤버들 전원이 작위적이고 악의적으로 현주에 대한 묵살의 총공세를 펼친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멤버 수가 많다 보니 개개인의 발언이나 행동이 난립하고 얽히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의 발화가 자연스럽게 묻힐 수도 있고, 때로는 유독 튈 수도 있다. 현주의 발언만 유독 무시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오직 드러남의 측면에서 빈도가 높다고 판명 나거나 관찰된 것인데 그것이 우연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우리는 결정할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xbPYmsa5Ttk 

 

'정황상 그래 보임', 즉 해석은 증거 능력을 갖는가? 위의 영상만으로 왕따 주동자를 취택하는 것이 가능한가? 멤버들은 무리에서 현주를 의도적으로 열외 시키는가? 현주가 혼자 잔다고 하였을 때 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 잠을 재우지 않았어야 했을까? 현주가 주방 일에 끼지 못하고 배회할 때 멤버들은 자신의 분주한 주방 역할에 대한 신경으로부터 벗어나서 현주에게 역할을 부담하거나 배정하였어야 했을까? 특히 주방 일의 경우는 복잡하고 신경 쓸 것도 많아 현주에게 신경을 못 쓸 수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이러한 애매하고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사건이 따돌림의 증거 능력을 강화하는 지위를 확립 받을 수 있겠는가?

 

https://pann.nate.com/talk/358218798

 

https://pann.nate.com/talk/358218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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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이유로 해당 제품을 불매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해당 제품의 품질에 광고 모델이 어떠한 기여를 하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직접적으로는 제품과 모델은 별개로 봄이 마땅하다. 그러나 모델에 의해 제품의 홍보가 잘 되어 판매 수익이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자금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면 광고 모델은 제품의 품질에 간접적으로 기여를 하였다. 뭐 어쨌든 제품과 제품의 광고 모델은 별로 연관점이 없다. 이나은 때문에 좋은데이를 마시는 행위의 원인이 좋은데이 그 자체에 있지 않고 오직 이나은이 좋은데이의 광고 모델이라는 사실에 있다면, 그러한 이유로 좋은데이를 구매하는 자에게 좋은데이 구매의 필요조건은 이나은이 좋은데이를 광고한다는 사실 여부이다. 이나은이 개인의 성품에 하자가 있어 광고 부적격자로 판명된다고 하더라도, 이나은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는 자에게는 그러한 사실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나은 그 자체를 넘어서 광고 모델의 도덕성에 민감한 자라면 그 자는 그러한 이유로 이나은이 광고한 제품을 구매하지 아니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이나은의 부도덕성이 확정되지 않았다. 도대체 성품을 어떻게 드러내고 확정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어쨌든 그렇다면 더욱 이나은의 실체를 가려내는 것은 지난할 것이다.

 

https://pann.nate.com/talk/358222559

 

https://pann.nate.com/talk/35822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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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링크와 같은 경우는 사건의 본질에서 매우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나은이 실제로 도벽이 있고, 그러한 습성에 의해 현주에게 어떠한 유무형의 피해가 직간접적으로 가해졌다면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나은의 도벽에 관한 것은 억측이며 억까이다. 이나은이 현주의 운동화를 훔쳐 가서 자기가 산 것이라고 우겼다는 주장 역시 단지 증언에 불과할 뿐 그 이상의 효력을 얻지 못한다. 그 이유는 운동화를 '훔쳐 갔다'라는 언술의 자의적 해석에 있다. 절도를 구성하기 위한 요소로, 절도 의심을 받는 자가 자신이 취한 물건을 타인의 물건이라고 양지하지 아니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이나은이 현주의 운동화를 현주의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면 이나은이 현주의 운동화를 절도했다고 단정하기 애매하다. 판단의 착오를 단순히 피해자 편향적으로 배려해서는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 따돌림을 이에 적용해보자. 에이프릴 멤버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현주를 따돌리는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면 단지 현주의 입장이나 느낌, 믿음 만으로 에이프릴 멤버를 따돌림의 가해자라고 확정 지을 수 없다. 왜냐하면 가해 행위가 일절 있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를 원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돌림은 어떻게 성립하는가? 따돌림 없이 따돌림 피해자가 존재할 수 있는가? 따돌림 피해자가 존재한다면 반드시 따돌림 가해자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가? 만약 그 따돌림이 피해 주장자에게만 존재하는 가짜 따돌림이라면, 따돌림의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현주 개인의 생각보다는 가해자로 지목된 자들의 가해 의도가 진짜로 있었는지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내심의 영역을 어떻게 투찰할 수 있겠는가? 이에 필자는 이쯤에서 판단 유보를 선언한다. 그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면, 임의적으로 가해자를 지목하여 결정짓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철칙이다. 이나은에 대한 불필요한 인신공격과 인격 말살을 중단하거나 확실한 사정이 드러나기 전까지 유보하는 편이 낫다. 물론 추후에 이나은이 확실한 가해자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를 똑같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매도하고 질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합당한 비난(형용모순으로 보인다)'의 권리는 오직 사건의 당사자에게나 있다. 즉 당위적인 측면에서는 오직 현주만 이나은을 비난할 권리를 부여받아야 한다(물론 논리적인 가능성의 측면에서는 그 누구라도 이나은을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도덕적인 관점에서 옳지 못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나은에 대한 대중적인 비난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다. 제3자의 개입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사건을 증폭시켜 본질을 흐린다. 대중이 무분별한 발호와 분규를 멈추고 건전하게 현주를 응원하게 되길 희원한다. 그리고 사건의 가닥이 잡히면 당사자들의 일은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도록 놔두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폭로자가 여론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그 어떠한 의혹도 수면 아래에 영원히 잠영潛影했을 것이지만. 더 많은 얼토당토않는 비난에 반론을 가하고 싶지만 이만 귀찮아서 줄인다. 부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에이프릴은 진실의 구탁垢濁 없이, 본질의 호도 없이 오직 사실만큼만의 책임을 지기 바란다. 그리고 특정 멤버에 대한 날조나 선동, 사건의 맥락과는 관련 없는 악의적인 비난을 중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