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7. 14:35ㆍ생각
'착한 일진'이 형용모순이기 위해서는 '일진'에 '착함'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두 가지는, 일진이 착한 경우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착함이 무엇인지이다.
최근 학폭 관련하여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사탕 꿰듯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배구 쌍둥이를 발단으로 아이돌 아이들의 서수진, 연기자 박혜수, 조병규, 김동희 등에 대한 학폭 폭로가 이어지는 중이고, 아직 확정된 사실은 없으므로 그들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는 판단은 유보한다.
학교 폭력과 관련하여, 소위 일진이 언급되기 쉬운 이유는 일진과 학폭의 연관이 높기 때문인가? 그리고 일진이 학폭과 연관이 높다는 경향성만으로, 모든 일진을 나쁜 일진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진은 착한 일진인가?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일진의 무리는 착한 일진 무리인가? 그렇다면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착함이라는 속성을 지니거나, 나쁜 일진의 나쁨을 상쇄하는가?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어떠한 선악의 속성도 없다면, 모여서 자기들끼리 담배나 피우는 일진 무리는 왜 착한 일진이 되는가? 혹 흡연은 일진으로 하여금 학폭으로부터 눈을 돌리게 하는 순기능을 갖는가? 착한 일진을 논하기 전에, 도대체 일진은 무엇인가? 단순 인싸인가? 인싸는 일진의 필요조건인가? 소위 일진은 잘나가거나 세력이 강하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그렇기만 하다면, 일진이 나쁠 이유는 무언가? 백 번 양보하여 세력이 강한 것이 나쁘다고 한다면, 잘나가기만 하는 일진이 나쁠 이유는 무언가? 잘 나간다는 게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1. 일진이란 무엇인가?
일진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그들은 싸움을 잘 하거나 무리 지어 다니거나 인싸력이 높거나(외향적) 외모가 뛰어나거나(외모는 일진의 필요조건이 아님) 소위 잘나가는 세력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기술된 일진의 특징은 그다지 악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예로부터 일진은 불한당 정도로 취급받아 왔다. 이러한 편견은 일진들이 스스로 자초한 것일까? 일진이 나쁜지 알기 위해 어떤 행위가 나쁜 행위인지 정의할 필요가 있다.
타인에게 심대한 해악을 끼치는 행위는 나쁜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금품 갈취, 폭행, 따돌림 등은 지탄받아 마땅한 악행으로 여겨진다. 반면, 오직 개인에게 귀속되는 비행은 단순히 나쁜 행위라고 치부하기 껄끄럽고 애매하다. 가령 흡연은 그 자체로 나쁜 행위라고 할 수 없다. 만약 흡연이 미성년자와 연관되는 경우에 반드시 악행이 되는 것이라면, 성인의 범위가 조정됨에 따라 악은 이동한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필자는 흡연을 악행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청소년과 연관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근자에 들어,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만 않는다면 그 어떤 자기 파멸적 비행이더라도 관섭하여 조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은 그 자체로 좋은 방향도, 나쁜 추세도 아니다. 정의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어쨌든 숨어서 자기들끼리만 담배를 피우는 일진이라면, 필자는 그들이 악하다고 취급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타인의 인생에 직간접적으로든 부정적으로 개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부정적인 가치 판단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쁘지 않은 일진 특징
① 자기 귀속적인 비행
② 상대의 고통에 가담하지 않고 최소한 부작위나 무시로 일관하며, 경우에 따라 (좋은 쪽으로) 도움을 주기도 함
③ 자신의 권력을, 타인을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으로 괴롭히는 일에 사용하지 않음
나쁘지 않다는 것은 선하다는 것에 비해 외연이 넓다. 선함과 악함이 극단이라면, 선하지 않고 악하지 않음은 중립지대를 형성한다. 이 지대는 매우 범위가 넓으며 많은 일진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일진의 흡연 행위는 전적으로 자기 귀속적인 비행이다. 즉 흡연은 흡연자로 하여금 약자에 대한 따돌림을 부추기거나 폭압적 협박을 조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러한 자기 귀속적인, 자기들끼리 무리 지어 다니면서도 일진이 아닌 무리에 별다른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겉만 번지르르한 일진은 나쁘지 않은 일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것은 애초에 일진이라고 할 수 있는가? '피해를 끼치지 않음'이 '영향력을 끼치지 않음'과 동치가 아니므로, 즉 일진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남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그 영향력이 다분히 일진적이라면, 그러한 일진은 일진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위 짤에서처럼 '삥을 뜯음'을 일진의 디폴트로 설정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금품 갈취는 타인에 대한 부정행위이고 이는 일반적으로 악행으로 여겨지므로, 이러한 유의 비행을 저지른 일진은 악한 일진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모든 일진이 삥을 뜯지는 않는다. 만약 싸움을 잘 하고 인싸력이 강하다는 이유로 잘나가는 무리에 속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그것을 일진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일진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일진이다.
어쨌든 타인에 대한 별다른 피해를 끼치지 않고 그냥 잘나가기만 하는 일진이 일반적으로 선행이라고 여겨지는 행위를 일삼는다면, 그를 선한 일진이라고 칭하는 데 별다른 하자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서수진의 사례
최근에 학폭으로 논란이 되는 인물 중 서수진의 사례를 가져와보자. 우선 수진의 자기 귀속적 비행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따라서 흡연이나 학생 본분에 맞지 않는 옷차림 따위에 대한 잘잘못은 따지지 않는다. 그런데 수진이 일진 무리와 어울려 다닌 행위를 자기 귀속적 비행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필자가 이것을 고민하는 이유는 '그 일진 무리'의 정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존재 유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일진 무리가 악한 일진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음과 동시에 수진이 그 무리에 속하였는지 확정된 사실이 없다.
그 일진 무리와 어울린다고 하여 그 일진의 구성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집단의 구성원에 속한다는 것이 꼭 명시적 계약이나 합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설령 수진이 그 일진 무리와 어울렸다고 하더라도 수진을 그 무리와 동일한 성격으로 간주하는 분해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진이 일진과 어울렸기 때문에 그 기세로 폭로자(피해 주장자)에 대한 무뢰배적 폭압이 가해졌다는 추론 또한 본질에서 벗어난다. 수진이 어울리는 일진 무리가 집단적으로 폭로자에 대한 공세를 가한 것이라면 일진 무리를 싸잡을 여지가 있지만, 수진의 개별적인 비행이었다면 수진과 일진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편이 낫다.
https://pann.nate.com/talk/357893294
서수진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
와우중 - 재학인증본인 구글 계정 맞습니다. 인증 수정한번 했습니다. 트위터 @Qwy2H8dHw1DtJWS 본인 맞습니다 .저는 에타/인스타 폭로자와 다른 사람이며, 네이트판에 어떠한 글·댓글도 작성하지 않
pann.nate.com
"와우중학교는 정문과 후문이 있습니다, 후문으로 하교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후문으로 나가면서 걸어가면 이불집이, 그 앞엔 마루가 있습니다.
가해자는 그곳에 앉아 지나가는 아이들을 잡고 돈을 요구했습니다."
https://pann.nate.com/talk/357893294
필자 세대의 일진의 작태와도 유사하다. 만약 수진이 일진 무리의 비호를 받거나, 그 사실을 피해 학생이 모르지 않았다면 수진의 단순한 금전 '요구'는 암묵의 위압적 '강요'로 여겨질 여지가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 볼 때,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단순 요구를(그것이 정말 단순 요구이며, 폭로자의 자발적 선택에 맡기는 요구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면) 협박이나 음해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행위자에 대한 다소 가혹한 처사다. 필자 역시 중학생 시절에 일진에게 금전 상납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 필자는 그 요구자가 일진인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요구는 필자의 자율에 맡기는 단순 요청에 불과했으며, 미납에 대한 어떠한 불이익이나 해코지도 없었다. 수진의 경우가 이러한 경우인지 아직 드러난 것은 없다. 폭로자에 대한 수진의 금전 요구가 전적으로 폭로자의 자율에 의존하는 것임을 수진이 의도했다고 하더라도, 폭로자가 그 내심을 알지 못하고 협박이나 위압이라고 느꼈다면, 주장된 내용의 당부당 여부를 피해 주장자 중심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는 그렇게 정당하지는 않아 보인다. 만약 수진이 피해 주장자의 금전을 위협으로 강취할 심산이 아니라 피해 주장자의 원납願納을 바란 것에 불과하다면 마냥 수진의 잘못으로 몰아가기 어려운 소통의 착오이며, 이에 수진은 나름대로의 억울함이 있을 듯하다. 그러나 폭로자가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판단 능력을 가진 자라고 간주한다면 위협과 폭압을, 강요 없는 단순 요구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폭로자가 심각하게 하자 있는 상황 파악 능력으로 사태를 오인했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선배의 지시로 “수금해야 한다”며 각 반을 돌아다니며 돈을 뺏기도 했습니다."
https://pann.nate.com/talk/357893294
필자의 중학 시절을 돌이켜보면 수금하는 일진에 대한 기억이 있다. 수진이 정말로 이러한 일수꾼 직책을 맡았다면, 그 모습이 상상되어 장소藏笑할 수 없다. 꾸어간 돈을 받아내는 일수 행위는 매우 정당하다. 물론 그 행위에 유무형의 과도한 위협이 포함되어서는 안 되지만 어쨌든, 납기 이후의 위협 없는 단순 일수는 그다지 부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자율 상납을 위협 없이 단순히 요구하는 일수 역시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돈을 뺏는 구략驅掠 행위는 의미 그대로 협박이 수반하는 폭압적 작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빼앗았다는 표현이 쓰인 이 경우, 수진이 폭로자에게 금품을 자율적으로 상납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하였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배제된다. 필자가 이 상황을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 물론 제 3자가 그 상황을 본다고 하여 폭로자가 현재 위협을 느끼는 상태라거나, 그 상황이 전반적인 맥락으로 봤을 때 약자에 대한 가해 상황이라는 엄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당사자들을 제외한 제3자는 세부 맥락을 알 수 없다. 폭로자의 일방적인 주장은 개인의 주장이지 그것이 반드시 사실을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주장이 사실을 반드시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
"서수진이 패딩을 달라 하자 주기 싫다 하였습니다.
그러자 저는 뺨을 맞았고, 얼굴에 손톱 긁힌 자국 났으나 다행히 흉은 안 졌습니다.
서수진은 당시 노스페이스 패딩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가해자가 패딩 뒤쪽 마크를 수성펜으로 칠하며 “너 이거 짭(가짜)이지. 거지야?”라며 절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위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수진은 폭행과 금품 강취라는 비행을 저질렀으며 이것은 타인을 괴롭히는 악행으로 간주될 만하다. 금품의 요구는 권력에 의한 강압에 의하지 아니하거나 납입자의 자율에 의존하는 한에서 학폭으로 편입하기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일방적인 물리적 타착打著이 가해짐과 동시에 개인의 소유물에 대한 재물손괴가 이루어진 정황에 있어서는, 그것마저도 학폭이 아니라는 변명은 가당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진이 그렇게 해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거나 수진의 행위가 폭로자에 대한 마땅한 보복으로 인정될 만한 경우, 어린 날의 개인 간의 다툼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수진의 대처(반응)나 폭로 정황을 보면 수진의 행위는, 정당한 명분 없는 일방적인 가해라고 봄 직하며 따라서 이 사건은 학폭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아직 어떤 것도 확정되지 않은 이 사안은 '폭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이라는 가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건적 판단에 의해 도출된 결론은 그 추론 과정이 타당하다고 할지라도 그 조건이나 가정이 사실로 확정되는 경우에야 건전성의 지위를 부여받는다. 이 사안은 사견과 주관적인 감정의 가도를 달리고 있지 사실의 가도를 달리고 있지 않다. 개인이 느낀 감정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주관이 난립하는 이 사안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정이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그것들이 사실로서의 지위를 확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이야 이미 벌어진 터, 좌우지간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 도출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3. 서수진은 착하지 않은 일진인가?
서수진이 위에 기술한 나쁘지 않은 일진의 특징을 모두 가지더라도 그와 동시에 착하지 않은 일진의 특징을 갖는다면 서수진은 착하지 않으면서 나쁘지 않은 일진이다. 서수진이 일진이 아니라면 그는 단지 개인으로서 비행을 저지른 자에 불과하다. 서수진이 일진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서수진이 어울렸을 것이라고 의심을 받는 그 일진 무리와 서수진의 연관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수진이 선배의 지시로 일수꾼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폭로자와의 일과는 별개로 서수진이 일진으로부터의 피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일진 무리가 얼마나 영악하고 악독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한 개인의 일탈이나 좋지 못한 품성을 넘어서, 서수진은 비행 청소년 문화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의 희생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서수진이 어떠한 자의도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일진으로 편입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설령 어쩔 수 없이 일진의 하수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그 이후의 잘못된 행보가 모두 면죄되는 것은 아니다. 서수진이 비행 청소년계의 피해자인 사건과 서수진이 폭로자를 그릇된 방식으로 대한 사건은 독립적으로 다뤄질 수 있으며, 또한 폭로자는, 후자가 전자에 기인했다며 인과적 관점에서 서수진의 면책을 주장하는 반론에 대항할 수 있다.
판단력이 흐리고 올곧지 못한 치기 어린 청소년기의 일진 놀이는 지나고 보면 우습지만 당시의 당사자가 되어 보면 평생을 잊을 수 없는 대사로 여겨지게 마련이다. 필자는 이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당사자의 기분을 엄밀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짐작하건대, 그들의 인생은 그 당시의 일을 기점으로 어떤 방향으로든 큰 변혁을 맞았음이 확실하리라. 물론 서수진이 비행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항력적인 원인을 그 비행에 대한 정상 참작으로 받아들이지 않듯이, 서수진의 행동으로 야기된 피해 주장자의 미래적인 피해 역시 서수진에게 전적으로 책임 지워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물론 누군가가 타인의 신체를 훼손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의 예상되는 미래 수익의 손실을 가산하여, 가해자로 하여금 보상하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 정신적 위자료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성은 측산測算하기 지난하다. 물론 피해 규모가 산정이 어렵다고 하여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불가측한 미래적 피해에 대한 연민이나 사죄도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뜻은 아니다. 수진은 스스로의 행위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은 폭로자의 인생(반드시 수진의 행위로 인하여 폭로자의 인생이 부정적이게 된 경우에 한하여)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편이 좋을 수 있다. 어쨌든 서로 좋은 쪽으로 일이 잘 마무리되기를 희원한다.
제목에 대한 결론을 내리자면, 착한 일진은 형용모순이 아니다. 왜냐하면 일진의 의미에 착함의 존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수진이 일진이었다면 서수진은 착한 일진이 될 수 있었다. 서수진이 나쁜 일진까지는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여러 정황으로 보아(그 정황이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적어도 착하지 않은 일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멀리 내다보지 못한 우를 범한 것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누군들 그러지 않으랴. 허나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지 못하고 (폭로자의 주장에 따른다면) 능핍凌逼을 지속한 수진의 오행汚行은 현재의 대중적 도덕감으로는 관유寬宥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번 학투가 샤덴프로이데의 발현에 의한 무자비한 끌어내리기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하며, 폭로자의 피폐해진 심신에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착한 일진의 길을 택취하지 못한 수진의 용매庸昧에 통완痛惋하며 (수진의 잘못이 확실하다면) 앞으로의 그의 인생에 경정更正과 개전改悛의 정情이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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