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두발 규정 개선안에 대한 처참한 반응

2021. 11. 16. 14:19생각

https://news.nate.com/view/20210316n01125

 

육군 "병사들 머리 기르게"…예비역 "민간인과 다를게 뭐냐" | 네이트 뉴스

정치>청와대 뉴스: 과거 육군 일선 부대에서 열린 '가위손 콘테스트'에서 사단장(가운데)이 병사의 두발을 손수 정리하고 있다./국방홍보원육군은 15일 “병사 두발 규정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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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의 댓글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봤다. 여자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도 있고, 일부 예비군의 합당한 지적도 있고, 두발 규정 개편에 반대하는 이들을 꼰대라고 질타하는 자들도 더러 있다. 필자에게는 이번 두발 규정 개선안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확립된 입장이 아직 없다. 따라서 글을 쓰면서, 댓글을 따져보면서 생각을 정리해 나가고자 한다. 기사를 읽을 당시의 생각은 두발 길이 규제 완화에 문제가 없다는 편이었다. 생각이 바뀌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확증 편향에 최대한 경계하며 논의를 개진하도록 하겠다.

먼저 현재 군인의 두발 규정에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미군에서는 짧은 두발 규정으로 통일성, 위생, 화생방 보호를 근거 삼고 있다. 과거의 군대에서는 두발이 자유화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위생 문제가 심각했다. 이가 생기고, 심각한 악취 때문에 쥐가 들끓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전염병을 옮길 수도 있었다. 이렇듯 체모의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위생상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현대 군대의 경우 위생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만큼 위생 관리에 극단적이고 불가피한 상황도 없을뿐더러 각자 알아서들 잘 관리를 하는 편이며, 그러한 결과에 짧은 두발이 기여한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완강히 부정하긴 어렵다. 군인의 대다수가 장발을 유지한다고 가정하자. 현대 군인의 경우 실질적 개전(전투)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극단적 전투 상황에 놓인 경험이 없고(매뉴얼은 존재하지만) 따라서 장발이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을 경우의 심각성을 마주한 적이 없다고 할 것이다. 만약 실제적인 전투 상황이 발생한다면 장발 관리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실제 전투 현장에서 물로 몸을 씻는다는 생각은 웬만하면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시간이야 낼 수 있겠지만 씻는데 투자할 만큼의 여유로운 물자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머리를 감는 일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몇 주 동안 씻지 않고 머리를 감지 못한다고 하여 당장에 위생상의 하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악취는 금방 발생하겠지만 심각한 전염성 질병의 초래는 당장에 기대하긴 어렵다. 물론 군대는 전투에 최적화된 요건을 항상 구비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전투에 돌입했는데 그제서야 해결하려는 불상사는 최대한 생기지 않아야 한다. 경험상 효율적인 집단은 아니지만, 효율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집단인 것은 맞다. 아무튼 전투에 돌입한 후에 머리에 문제를 인식하고 나서 그제서야 머리를 밀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물론 현재 군에서 추진하려는 간부-병사 두발 규정 통일 개선안은 설령 전쟁이 발생하더라도 두발로부터의 당장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눈썹 위 1cm의 두발 규정이 당장의 어떠한 실질적 해악을 초래할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가정한 장발의 경우는 당장의 문제를 야기할 여지가 크다. 일단 긴 머리가 시야를 가려 총을 쏘기 어렵게 만들거나 백병전의 발생 시 머리채를 잡히기 매우 용이하다. 물론 군에서 이런 자율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는데, 위 기사의 댓글의 반응은 두발 자유화로 오독하고 있다. 탁상행정의 결과물인지, 군 전문가들이 군 인식 개선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낸 개선책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군 수뇌부의 입장에서 봐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나온 개선책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적절한 두발의 길이가 전투력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전투력에 손상을 입히지 않을 만큼의 두발 길이를 전제한 후에 그것을 개선안으로 취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간부의 두발 길이를 문제시하지 않는 지적자들의 이중적 작태를 목도하다 보면 여러 의문이 든다. 왜 병사와 간부의 머리 길이는 달라도 되는가? 최전선에서 전투에 임하는 간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만약 간부인 전투 지휘관이 자신의 머리 길이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전투력 손실은 단지 머리 길이에 의한 병사 몇 명의 전사보다 더 크다고 예측하지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상대적으로 병사에 비해 간부는 더 뒤에 있는 경향이 있다. 지휘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부사관들은 실제로 최전선 전투에 투입된다. 백병전을 피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그 경우 부사관 역시 머리 길이에 의해 심각한 해를 입을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것도 고려하지 않고 미쳤다고 부사관의 두발 규정을 병사에 비해 완화하였을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두발 규정 개선안에 따르면 윗머리가 5cm이다. 5cm면 손으로 충분히 움켜쥐는 것이 가능하므로 백병전이 발생했을 때 군모가 불가피하게 벗겨졌다면 머리채를 잡힐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아무튼 그렇다면 이 두발 규정은 병사를 포함한 간부를 통틀어 위험한 규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에 따른다면 앞에서 제기한 의문, '왜 병사와 간부의 머리 길이는 달라도 되는가?'에 효과적인 답을 도출할 수 없다. 만약 병사와 간부의 머리 길이가 어떠한 이유에 의해 달라도 된다고 하자. 그렇다면 다른 어떠한 이유로 병사와 간부의 머리 길이를 동일하게 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이유가 다수의 합의를 이끌고 실질적을 타당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예비군의 추정되는 자의 지적이다. 일면 타당한 지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포착된다. 일단 '군인답다'라는 말이 제일 거슬린다. 군인다운 것이 무엇인가? 짧은 머리는 군인에 귀속되는 특질인가? 현용 단발 규정이 군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은 흠타欠妥가 아니며, 두발 규정이나 무규정 모두를 가능적으로나 시의적으로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이해로는 '여성답다'를 생각해 보면 된다. 긴 머리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닌 것처럼 쇼트커트를 여성적 특성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군인에게 두발 규정은 생명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여성의 두발 상태와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한 이유로 여성에게도 머리 길이가 생명과 직결될 만큼 중요할 수 있다. 만약 장발 코르셋을 동여매어 사랑을 받던 전직 흉자가 페미니스트를 선언한 후에 쇼트커트를 하였다고 하자. 그녀가 일전에 뭇 남성들로부터 받던 사랑이 장발에 의한 것이었고, 그 사랑의 근거가 소실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사랑의 생명이 꺼졌음을 페미니스트가 된 후에 깨달았다면, 그녀에게 헤어 컷은 후회의 산물로 남게 될 것이며 꺼진 사랑의 불길을 지피기 위해 다시 머리를 기를 수도 있다. 이는 약간 비약적인 비유이다.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있다. 아직 안 읽었는데,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그 책의 대강의 요지는, 성범죄 피해자로서 취해야 하는 특정한 틀에서 벗어난 행동을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이행한다면 그가 정녕 피해자가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다. 여자다움에 대한 세인의 편견이 여성의 행동을 억압하고, 군인다움에 대한 세인의 선입견이 진정 효율적이어야 하는 군대의 행동을 위축시킨다. 군인의 윗머리가 반드시 5cm가 아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군인의 윗머리가 반드시 5cm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이는 최선에 대한 합의의 문제이다. 예비군이 현역 군인의 머리 문제를 논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실제로 급박한 전투가 발생하고 개선된 두발 길이 때문에 초토화된 현역 군인 때문에 예비군인 자신의 신병까지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면 그의 지적과 걱정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의 걱정이 정당하게 채택되기 위해서는 '개선된 두발 규정 때문에' 현역들이 불리하게 되었다는 것, 혹은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해내야 한다. 물론 위 댓글러가 집단 전체의 궤멸을 걱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생길 백병전의 위협, 그리고 그때 윗머리 5cm 규정으로부터 발생할 개인의 신변의 위협을 걱정하는 것이리라. 그러한 사소한 디테일이 군 기강을 저하시키고 결국 군 전체에 손실로 다가오며 나아가 그것은 국가 전체에 대한 불익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그리 비약인 것은 아니다. 한순간의 실수, 섣부른 제도적 완화로부터 야기한 지대한 부정적 파급을 아예 예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가능은 한 일이다. 그리고 꼭 작은 부정의 사례가 모여 큰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만은 아니더라도, 개인의 안전 보장의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일인 것은 응당 합리적이다. 필자 역시 머리 길이 때문에 사멸의 위험성을 높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유혈적 개전開戰의 기미가 높은 확률로 예상되지 않고, 현역 군사의 기강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두발 규정이 강할 때에 비해 완화되었을 때 군의 기세가 더 상승할 것이 압도적으로 예측된다면 두발 규정 완화가 시행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부작용도 존재하겠지만, 그것을 딛고 더 나아지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개선이라고 할 것이다.

위 댓글을 쓴 park에 따르면 여군은 전투력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여군을 쓸모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도 경우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은 여군 일반이 아니라 어떤 여군 개개성에 한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는 또한 어떤 남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쓸모가 그다지 없는 남군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여군 전체의 두발 규정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여군 일반을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park의 주장에는 모순이 더러 포착된다. 자신은 남군과 여군의 머리 길이를 나눌 때 여군과 남군의 전투를 비교했으면서, 대댓글이 예비군 두발을 지적하니까 예비군과 현역군의 전투력을 비교하면서 방어하는 모순적 작태를 보인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전투력이 현역 남군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예비군이나 여군의 두발 규정에 대한 제재가 없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관적이다. 그러나 여군이나 예비군이 현역 남군에 비해 오직 전투력이 달린다는 속단으로 두발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기준 설정에 의한 오판이다. 만약 오직 전시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만이 두발을 규제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면, 일관되게 모두에게 적용하여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진작 그런 기준이었다면 여성도 징집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군의 행태로 보아, 두발 규정의 근거가 반드시 전투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전투력이 주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왜 지금 군대는 전투력을 희생해서까지 두발 규정 개선안을 내놓는가? 전투력의 손실이 심각하게 우려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안을 내놓는 것이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문의 제기가 우선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물론 군의 판단이 절대적인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상식 선에서 판단해 보더라도 이번 군의 판단이 그리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간부 두발 규정에 대한 이의 제기가 그리 심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문제가 그다지 없는 것으로 여겨졌고, 실질적으로 여러 전투 사례를 보더라도 현재 기준의 두발 길이가 전투에 심각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굳이 시행하지 아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면 굳이 시행할 이유도 없다. 각기의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로 보인다.

생계를 근거로 예비군의 두발을 통제하지 않아야 한다면, 적어도 예비군에 대하여, 생계라는 기준이 전투력을 상회한 것이다. 반면 현역 군인은 생계에 비해 전투력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 기준이므로 그러한 판단에 따라 두발 길이를 통제해야 한다. 그런데 긴 두발에 의한 전투력 손실이 문제라면, 간부의 머리 길이가 병사에 비해 길어야 하는 이유는 전투력 이외의 다른 기준으로부터 근거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어떤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다. 간부에게는 생계와 전투력이라는 기준이 동시에 적용되기 때문에 적당한 길이의 제한을 두는 것인가? 만약 간부의 머리 길이가 생계를 근거로 하지 않는다면, 간부의 머리가 병사에 비해 굳이 길 이유가 없다. 간부의 머리 길이가 긴 데에는 분명히 전투력 이외의 모종의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군인답다는 의미가 현용 두발 규정을 반드시 전제한다고 할 수 없다. 두발 규정은 상황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며 이 개선안이 전투에 심각한 손해를 초래할 만큼 과한 것인지는 실제 전투 사례에 의하지 않고는 속단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전쟁 데이터가 압도적으로 많은 군 수뇌부의 정책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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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부가 병사보다 머리가 길어도 되는 이유

일리가 있는 이야기. 유튜브 댓글로 “일반 병사는 전시 상황 시 위생 문제로 머리를 짧게 자르는데, 간부는 왜 규정이 다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법적 근거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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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용모와 두발은 항상 깨끗하고 단정하여야 한다." -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