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이 나오다 vs 비용이 들어가다

2022. 7. 4. 18:53생각

'비용이 얼마나 나오나?',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나?'

흔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둘의 의미는 동일한 듯이 보인다. 그런데 '나오다'와 '들어가다'의 의미 차이는 확연하다. 하지만 비용과 결합하면 둘의 의미는 동일하다고 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표현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되는데, 먼저 나오다의 해석은 어떤 프로젝트를 처리할 때 그 프로젝트로부터 산출되는, 그러니까 그 프로젝트가 일으키는 어떠한 '결과'로서의 비용이 얼마가 도출되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들어가다의 해석은 어떤 프로젝트를 시행함에 있어 투입되는, 들여야 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비용이 얼마가 필요하냐, 소요되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둘의 화행적 차이를 상황 맥락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겠다. 전자의 예시는 가령 이런 경우다. 마트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산 뒤에 구매자가 캐셔에게 물어본다. "(물건) 다 해서 얼마 나왔어요?" 이 경우에 "다 해서 얼마 들어가요?"라고 하는 건 일반 언어 감각적으로 상당히 어색하다. 후자의 예시는 이런 경우이다. 상가를 매입한 자가 인테리어 시공업자에게 인테리어를 이것저것 부탁하면서 "다 하면 얼마 들어요?"라고 하는 경우, "다 하면 얼마 나와요?"라고 하는 경우보다 덜 어색하다(쓰고 보니 둘 다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감이 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사전적 정의의 '들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함'의 의미를 가진다. 또, '어떤 일에 돈, 시간, 노력, 물자 따위가 쓰이다'라는 뜻이 있다. 전자의 정의는 보조동사적 의미로 쓰이고 후자의 정의는 동사적 의미로 쓰인다. 전자나 후자 어느 정의로 보아도 캐셔에게 물건값을 묻는 경우에 '들다'가 쓰이는 건 그다지 맥락 호응적이지 않다. 물론 '물건을 사는 일에 돈 따위가 쓰이는 경우'라고 후자적 정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지만, 일상적, 관용적으로 그렇게 쓰지 않았던 습성 탓인지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인테리어 비용 견적을 논의하는 상황의 경우는 '들다'의 사용은 확실하게 일반적이지만, 그렇다고 '나오다'의 사용이 '들다'의 사용과 현격한 차이가 나게끔 어색하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으로 보아, 병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인테리어 시공 전의 비용 견적(비용적 결과물)을 내는 경우보다 인테리어 시공 완료 후에 수탁된 대상 자체의 결과물이 나온 경우와 '나오다'가 결합하는 것이 덜 어색해 보인다. 목적한 결과물의 산출을 위해 투입되어야 하는 비용을 가리키는 경우(언급하는 시점)에 '들다'를 쓰는 것이 낫고, 이미 목적물의 경료 시점인 비용 처리(납입納入, 공교롭게,'納'과 '入' 모두 '들다'의 의미를 가진다) 상황에서는 '나오다'를 쓰는 것이 나아 보인다.

* '들다'와 '나다'의 경우, 전자는 '어떤 일에 돈, 시간, 노력, 물자 따위가 쓰이다'라는 뜻을 포함하는 '들어가다'와 같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나다'와 '나오다'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은 감이 있지만, 무언가 결과가 일어나고 발생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같이 사용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용이 들다'와 '비용이 나다'의 비교의 경우, 후자는 어색하게 느껴진다. 비용을 '돈'으로 치환하면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되기도 한다. '돈이 들다', '돈이 나다' 전자는 돈을 써야 하는 경우를, 후자는 돈이 생기는, 즉 돈을 얻는 경우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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