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4. 18:53ㆍ생각

오늘 직원 식당에서 밥 먹는데 위 그림과 같은 주의사항이 보이더라.
'식사 중 대화 자제 필수'
처음 보자마자 딱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제가 필수라니?' 자제가 정도(degree)의 속성을 갖는다면 필수와 호응하기가 까다로울 것 같다. '대화 금지 필수(물론 '금지'에 이미 필수의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에 중의적임)'라면 대화를 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자제'는 정도를 뜻하므로 기준이 애매하다. 만약 원래였으면 100이었을 대화의 10%인 10 만큼만 허용하는 것이 자제라면, 우리는 항상 의도적으로 10 만큼만 대화를 하면 된다. 그런데 대화를 '일부러' 10 만큼만 하는 것은, 대화를 웬만하면 자제하라는 주의사항의 의도에 배치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주의사항의 본의에 따르면 자제란, 정도만을 뜻하는 것을 넘어 의도까지 자제와 합치시키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필수'가 부가됨으로써, 그 자제의 정도를 0에 수렴시키라는 의미도 담지하는 것 같다. 그런데 '자제 필수'와 '자제'는 의미적으로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도 하다. 즉, 필수가 자제의 정도에 반드시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필수는 단지 강조의 의미만을 가질 뿐, 얼마만큼 자제하느냐는 자제하는 자의 자의에 의존할 것이다. 따라서 '식사 중 대화 자제 필수'와 식사 중 대화 자제'의 의미 혹은 외연이 동일하지만, 전자는 후자에 비해 강한 언명이므로 식사자가 대화를 더욱 자제하길 원한다면 전자의 언명이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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