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원피스를 입는 '진짜' 이유에 대하여

2022. 4. 7. 20:45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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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원피스를 입는 '진짜' 이유 - 스퀘어 카테고리

편해서 https://img.theqoo.net/cxMoF https://img.theqoo.net/gRjXO https://img.theqoo.net/rmcVx https://img.theqoo.net/tqLkK 보통 남자들이 많이 착각하는게 원피스 입으면 꾸며입은거고 바지입으면 대충입은거 << 이거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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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쿠에서 저 글을 봤을 때 뭔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벼르고 있던 걸 이제야 다룬다.

여자들이 원피스를 입는 '진짜' 이유가 꾸밈'만'을 위함이 아니라는 글이 상당히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댓글을 보면, '바지 진짜 신경 써서 입는 거라거', '츄리닝 바지 아니고 청바지 입은 건 거어업나 꾸민 거라구 내가 배 쪼이는 거 감수하고 입는 거임', '바지야말로 진짜..꾸민 거다... 상의 하의 맞추면서..'하비들 체형 보정에 원피스 만한 게 없음. 오히려 바지야말로 허리-골반-엉덩이-허벅지 라인이 예뻐야 바지 핏이 살아남.', 'ㄹㅇ 원피스라고 하니까 꾸민 느낌 나는 듯 걍 통옷이라고 하면 대충 느낌 제대론데', '나는 그래서 귀찮아하면서 바지 입음 꾸민 거처럼 보이기가 싫어서 ㅋㅋㅋㅋ' 등 원피스 코디가 투피스나 다른 코디에 비해 편하고 더불어 예뻐 보이기까지 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는다. 700여 개의 댓글 중에 절대다수의 의견이 ㅇㅈ, ㅇㄱㄹㅇ의 향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종아리 코끼리 같은 덬들은 아무도 없나 보네 ^_ㅜ', '유일한 단점이 다리털 밀어야 하는 건데 겨울에 스타킹 신으면 보이지도 않음 개꾸르' 등 자신들의 체형 때문에 불편(착용감이 아닌 미적인 불편함)하다거나 원피스 때문에 다른 새로운 불편함(다리털 제모)이 생기는 단점도 간혹 보이지만 주류는 아니다. 이제, 남자들이 착각했다는, '원피스를 입으면 꾸며 입은 거고 바지를 입으면 대충 입은 거'라는 명제가 선입견에 불과했다는 여성들의 지적을 분해할 시간이다.

"원피스야말로 진정한 대충룩이라는 사실... 명심해 둬" - 남성들을 향한 한 무명의 더쿠의 일갈

먼저 꾸밈을 정의해야 한다. 사전적 정의로는 '모양이 나게 매만져 차리거나 손질하다.'라는 뜻이 있으며 이것이 지금 필자가 다룰 꾸밈의 의미이다. 영어로는 decorate나 ornament, make up 등의 뜻이 있다. 장식한다는 의미다. 꾸밈을 한자로 대체하면 장식裝飾인데, 겉모양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뜻으로 정의되며, 유의어로는 수식修飾이나 치장治粧 따위가 있다. 이러한 뜻을 토대로, 논하려는 사안을 다시 보자.

'원피스를 입는다면 꾸민 것이고, 바지를 입는다면 대충 입은 것'

여기서 '대충 입음'은 '꾸밈'과 동치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원피스를 입는다면 꾸민 것이고, 바지를 입는다면 꾸미지 않은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편견은 당연히 쉽게 부정할 수 있다. 단, 꾸밈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에만. 꾸밈의 기준이 명확하다면, 해당 선입견은 맞는 것이나 틀린 것으로 확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선입견이 정말로 잘못된 생각임을 입증하기 위해 추가되어야 할 기준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찾는 것이 바로 이 글의 핵심이다.

꾸밈은, ① 꾸미는 자의 자의적 기준에 의존하는가, ② 꾸민 자에 대한 평가에 의존하는가, ③ 준비의 복잡성(공을 들임)에 의존하는가? 첫 번째 내용만이 꾸밈을 기준한다면, 꾸미는 데에 공을 들이든 말든, 꾸민 자를 평가하는 자들의 의견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오직 자신이 자신의 꾸밈의 정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꾸밈이 결정된다. 두 번째 내용만이 꾸밈을 기준한다면, 자신이 자신의 꾸밈의 정도를 어떻게 평가하든, 꾸미는 데에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력을 들였다고 한들 오직 꾸민 자를 평가하는 자들의 의견에 따라 꾸밈이 결정된다. 세 번째 내용만이 꾸밈을 기준한다면, 자기가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든, 자기를 그 어떤 누가 어떤 식으로 평가하든, 오직 꾸밈 노동이 고됐다는 이유로 꾸밈이 결정된다. 바로 세 번째 경우가 원피스 꾸밈 부정론의 기준이다. 물론 앞의 세 가지 기준은 꾸밈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즉, 자신이 자신의 꾸밈을 결정하지 않거나, 타인이 자신의 꾸밈을 평가하지 않거나, 꾸밈 노동의 강도가 꾸밈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꾸민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니다. 설령, 세 번째 이유만이 꾸밈의 근거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기준으로 꾸밈의 실현을 가르는 것은 타당할 순 있어도 현실적으로 건전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꾸밈은 다소 자의성을 띄는 것 같기 때문이다. 즉, 첫 번째 기준이 다른 두 기준에 비해 더 보편타당성을 띠는 것 같다.

'꾸몄다는 모양새가 나는 경우'에 앞의 세 기준을 적용하려고 하면 상당히 다양한 의견들의 껄끄러운 착종이 예상된다. 도대체 꾸몄다는 모양새란 어떤 것인가? 어느 기준을 들이대든, 그 안에서의 하부 기준이 필요하며, 이 경계는 굉장히 모호하다. 첫 번째 기준으로 '꾸몄다는 모양새'를 따져보자. 가령, 한 여자가 시점 t1에 한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딱히 꾸몄다고 자평하기 어려웠는데, 시점 t2에 화장을 수정하니까 꾸몄다고 볼 수 있다고 자평하는 것으로 심리 상태가 변화한 경우, 이때 시점이 달라지면서 개입한 '화장의 수정'이라는 조건이 자신의 꾸밈에 대한 평가를 바꿈으로써, 꾸밈이 아닌 것을 꾸밈인 것으로 결정짓는 조건으로 기능하였다. 즉 이 경우에, '~(논리적 부정 기호)꾸밈(꾸밈이 아님)'이 '꾸밈'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은 통시성과 그 사이에 일어난 사건(평가 변화의 원인)에 의존한다. 반면 이 두 조건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꾸밈이 공력의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이다. 만약 꾸밈이 2시간 이상 치장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성립할 수 없고 다른 경우를 완전히 배제한다면, 2시간의 치장이라는 조건을 달성했을 때, 바로 꾸밈으로써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지, 그 이후에 시간이 흘러 꾸밈이 아니게 되는 것으로 본다거나, 꾸밈을 꾸밈이 아니게 만드는 원인으로서의 사건을 전제하는 건 기존의 기준을 변경하지 않는 한 무의미하다.

반면 평가 변화의 원인인 새로운 사건의 개입 없이 통시성만으로 평가가 수정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오전에 화장을 했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아 꾸밈으로 규정하기 어려웠으나, 오후에, 그 사이에 화장을 수정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자신의 화장이 마음에 들어 이전의 화장을 꾸밈인 것으로 생각을 수정하는 경우다. 물론 이 경우에 개입되는 암묵적 조건은 매우 많다. 시간이 지났으므로 화장의 형태가 변했고, 시간이 지났으므로 마음의 상태가 변했다. 즉, 통시성 자체가 평가를 수정하는 원인으로 기능했을 수 있다.

꾸미는 데에 공을 들이는 경우(③)에만 꾸밈이라고 할 수 있다면, 꾸미는 데에 공을 들인 못생긴 자는 꾸민 것이 된다. 여기에 두 번째 기준을 적용해 보자. 못생김이 꾸미지 않았다는 근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다가 눈곱도 안 뗀 원빈이 꾸몄다고 평가받고, 한껏 외모 치장에 공을 들인 못생긴 자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평이나 듣는 것은 다소 결과에만 치중하는 평가로 보인다. 여기에는 꾸밈의 과정이 고려되지 않는다. 설령 고려된다고 하더라도, 결과로 드러나는 모양새에 의해 이전의 꾸밈 과정의 노력이 상쇄된다.

만약 두 번째 기준만이 꾸밈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면, 원피스를 입고 나온 여자 친구를 본 남자 친구의 평가에 의해 여자의 꾸밈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실적으로 다소 이상해 보이는 결과다. 남자친구가 원피스보다 바지를 꾸민 것으로 평가하는 평가자라면, 원피스를 입은 여자친구는 꾸민 것이 아니게 된다. 즉, 어떤 남자에게 원피스는 꾸민 것이 되고, 다른 어떤 남자에게 원피스는 꾸민 것이 아닌 것. 이런 일관성 없는 결과는 신뢰할 만하고 말고가 아니라, 애초에 이 기준에 꾸밈에 대한 신뢰성이 있다는 기대를 해선 안 된다. 경우에 따라 꾸민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고 아닌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것에 대하여, 굳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려는 잣대를 들이대려는 태도가 무모한 것이다.

꾸밈이 타인의 평가에 의존한다면 실제로 힘들게 꾸미고도 꾸몄다고 평가받지 못하는 건 억울한 일이 될 것이다. 반대로, 꾸미지 않았는데 꾸몄다고 평을 받는다면 기분이 좋을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일관되지 못한 평가는 주체를 스트레스 받게 할 것이다. 물론 이는, 꾸밈의 결과, 즉 모양새에 대한 가치 평가에 불과한 것이지, 꾸밈이 됐네, 안 됐네 식의 꾸밈 자체에 대한 평가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원피스를 입는 것은 정말 꾸미는 게 아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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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만 원짜리 구찌 원피스이다. 이것이 입기 편하다는 전제하에, 이 원피스를 입는 것은 꾸미지 않는 것인가? 만약 꾸밈의 복잡성만이 꾸밈이고 다른 꾸밈의 기준을 전부 배제한다면, 이 원피스를 훌훌 입는 건 꾸민 게 아니게 된다. 왜냐하면 훌훌 입는 건 꾸미는 데에 공력을 들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꾸미는 데에 드는 공력은 비용도 포함하기 때문에, 단지 입기 편하다는 이유로 비싼 원피스가 꾸밈을 위해 구입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입기 편하다고 해서 꾸미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원피스의 디자인이 예쁘거나 비싸거나 주체가 물상을 마음에 들어 한다면, 그래서 특별한 날에 입으려고 그 원피스를 장롱에 짱박아 놓고 아낀다면, 이 원피스는 꾸밈을 위한 준비물이라고 보아야 하지, 단지 입기 편한 옷이므로 꾸밈을 위한 옷이 아니라고 여겨질 수는 없다. 물론 입기 편하다는 뜻에는 단순히 착용감의 의미만 담긴 건 아니다. 그러나 해당 글의 맥락상 착용감을 주로 논하는 것처럼 보인다.

남성들이 여성들의 원피스가 꾸민 것처럼 보이는 이유에 여성의 착용의 편안함 여부가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원피스의 종류의 구분에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원피스를 입는 경우나 사용에 의존하는 것도 같다. 원피스의 종류는 다양한데, 가령 롱 원피스라고 하더라도 격식 있게 보이는 디자인이 있고, 화려한 장식을 한 원피스도 있다. 몸에 들러붙는 원피스를 성적인 매력을 뽐낼 만한 몸매를 가진 여성이 입는 경우에, 남자의 입장에서 꾸민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용의 관점에서 보면, 나들이 시에 원피스를 자주 입는다거나, 원피스의 '샤랄라'한 느낌이 '여성성'과 결부된다고 남자들이 해석한다면, 이것 역시 남자들에겐 꾸민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여성의 원피스를 꾸민 것으로 보는 남성의 관점과 여성의 착용감 판단 여부는 순전히 독립적이다. 여성이 자신들의 원피스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남자는 그에 구속될 이유가 없이 자의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어쨌든 결론은, 짤의 내용대로, 원피스는 샤랄라 하고 싶을 때'만' 입는 게 아니라는 점에 동의하며, 동시에 꾸미기 위해 원피스를 입는 경우는 존재하며(이를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입기 편하다는 사실이 원피스를 입는 '진짜' 이유라는 말의 뉘앙스로 봤을 때, 꾸미는 것보다는 꾸미지 않아도 되기 위해 더 많이 원피스를 입는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로 보아 착용감이 꾸밈의 큰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꾸밈에 대한 여러 관점들을 종합해 본 바, 착용의 간편함 여부와 꾸밈의 정도는 별다른 연관성을 가지는 것 같지 않다. 즉 원피스를 편해서 입는다는 여성들의 진짜 이유와, 여성들의 원피스가 꾸민 것처럼 보인다는 어떤 남성들의 선입견은 양립 가능하며, 누구의 관점이 딱히 틀리고 말고 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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