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9. 11:15ㆍ생각
https://www.youtube.com/watch?v=o9A7U6t3WaQ
세상엔 여러 부류의 욕받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잘해도 욕먹는 사람과 못해서 욕먹는 사람이 있다. 브베는 통상 후자에 속한다고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브베는 못해서 욕먹는 게 아니라 잘하지 못해서 욕먹는 것이다. 잘하지 못하는 것과 못하지 않은 것은 범주가 같다(뭔 개소리냐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잘함이 a, 잘하지 못함이 ~a, 못함이 b, 못하지 않음이 ~b이다. 그리고 ~a와 ~b는 같다. 그런데 여기서 이행성에 의해, ~a와 ~b가 같다면 a와 b도 같다고 반론할 수 있다. 이게 언어로 되어있어 헷갈릴 수 있다. 나도 갑자기 헷갈린다. 정리해보자.
잘한다 = a
~잘한다 = ~a
못한다 = b
~못한다 = ~b
언어로 '잘하지는 못하지만 못하지도 않는다.'라고 이해하자면 '~잘한다'와 '~못한다'가 잘함과 못함이라는 극단 사이의 중간지대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a와 b가 같은 것이 되지는 않는다. 색을 예로 직관적 이해를 해보자.
흰색 = w
~흰색 = ~w
검은색 = b
~검은색 = ~b
~w는 ~b와 b를 포함한다. ~b는 w와 ~w를 포함한다. ~w & ~b는 w & b를 제외한 모든 색을 지시한다. 집합 기호로 묶어야지, 논리 기호로 묶어서 혼선이 일어난 것인가?
사실적 내용 개입 없이 논리적으로만 생각해보자.
a와 b가 같다면 ~a와 ~b가 반드시 같은가?
a = b → □~a = ~b (?)
내가 볼 때는 개연적으로 같다.
~a와 ~b가 같다면 a와 a가 반드시 같은가?
~a = ~b → □ a = b (?)
이것도 개연적으로 같다. 예를 들어 보자.
개 = 포유류 → □~개 = ~포유류 (x?)
~개 = ~포유류 → □개 = 포유류 (x?)
엄밀한 조건이 아니다. 개는 포유류에 종속되는 개념인데 동치로 설정하였으니 실제에 들어맞지 않음이 당연하다. 사실 저게 맞는지도 확신이 안 선다. ~개는 포유류를 포함한다. 개만 아니면 되기 때문이다. 개가 아닌 포유류는 많다. 그런데 ~포유류는 포유류만 아니면 되므로 포유류를 제외한 모든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개는 포유류다. 그러므로 ~포유류는 ~개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개'는 '포유류 & ~포유류'를 포함한다. 이는 명백한 모순이다. 범주 간의 비교가 잘못된 것 같다. 색을 다시 예로 들어보자. 그리고 양상 논리기호를 제거하자. 헷갈린다. 알다시피 난 천학이다. 그냥 한 번 넣어본 거다.
흰색 = 검은색 → ~흰색 = ~검은색 (o)
~흰색 = ~검은색 → 흰색 = 검은색 (o)
포유류의 예와는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우리가 논의하던 문제는 두 번째 명제이다. 먼저 첫 번째 명제를 보자. 논리연산적으로는 참인 것 같다. 그냥 단순히 w와 b가 같다고 가정했으므로 각각의 부정도 같은 것 같다. 왜냐하면 ~흰색을 빨간색과 검은색이라고 하고, ~검은색을 빨간색과 흰색이라고 하자. 그러면 흰색과 검은색이 같다고 했으므로 흰색과 검은색 각각의 부정이 같다. 두 번째 명제를 보자. ~흰색에는 빨간색과 검은색 등, 흰색을 제외한 모든 색이 포함되고, ~검은색에는 검은색을 제외한 모든 색이 포함된다. 그래서 ~x는 x 그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다. ~흰색을 빨강과 검정만 상정하자. ~검은색을 빨강과 흰색만 상정하자. ~흰색에 ~을 씌워 ~(~흰색)을 만들면 흰색이 된다. ~검은색에 ~을 씌워 ~(~검은색)을 만들면 검은색이 된다. 그러면 흰색 = 검은색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첫 번째 명제와 똑같다. 다른 옷을 입었을 뿐이지 몸은 원래부터 같았던 것이다.
이제 대망의 기존 논의로 돌아가자.
잘한다 = 못한다 → 잘하지 못한다 = 못하지 않다 (o)
잘하지 못한다 = 못하지 않다 → 잘한다 = 못한다 (?)
첫 번째 명제는 단번에 이해가 된다. 두 번째 명제가 지금까지의 의문을 명제화 한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는 뭔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것 같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못하지도 않는 경우는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닌 고만고만한 경우라는 심리적 인식이 있다. 즉 반드시 잘함과 못함이라는 극단을 가지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봤을 때 잘함과 못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결론을 낳게 된다! (아, 브베 얘기하다 말고 뭐 하는 짓이지.) 하긴 흰색과 검은색이 같다고 할 때부터 이미 인간의 인식론적 영역의 규칙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밥 먹다가 생각났는데, 전건으로부터 후건이 필연적으로 도출되지 않는 조건문을 가지고 공허한 논의를 이어간 것 같다. 귀류법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논의만으로도 충분히 논리적 모순을 밝혀냈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논리적 모순이 아니라 뭔가 요철이 안 맞는다고나 해야 할까. '~잘한다'가 '잘하지 못한다'와 못한다를 뜻하고, '~못한다'가 '못하지 않다'와 '잘한다'를 뜻한다. 그러니까 '~잘한다 = ~못한다'라면 '잘한다 = 잘하지도 못하고 못하지도 않는다 = 못한다'가 결론으로 도출된다. 이 결론이 이상한 이유는,
1. 논리 기호 '='으로 묶어서 오류가 발생하는 것 같다.
2. 실재와 대응하지 않는다.
3. '잘한다'와 '못한다'가 동시에 가능하게 되는 논리적 오류가 발생한다.
어쨌든 조금 오류가 있지만,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다는 선에서 결론의 확신을 유보하겠다.). 못하는 것은 명확히 못하는 것이지 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브베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간에서는 돈미새니 자낳괴니 하고 욕하지만 세상에는 정도만 다를 뿐이지 자본에 종속되어 주체 의식 없이 사는 사람도 많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불법적이지 않은 선에서 타인으로부터 자본을 뽑아내야 한다. 브베같은 경우는 똥꼬쇼를 선택했지만 그도 처음에는 순수한 만화가 지망생이었다. 순수하다는 말이 사람 자체가 순수하다는 말이 아니라, 자기가 이렇게 살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는 말이다. 뭐 욕먹는 것에 적응하고부터는 돈이 되니 그런 삶을 인정하고 적당히 유지해 가는 것 같은데 누가 처음부터 욕받이로 살 각오로 방송을 시작했겠는가. 인생은 고통이다. 브베는, 본인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엄청난 추가분의 고통을 떠안았다. 위의 영상을 보면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고 있다. 악플러들은 브베의 행실과는 상관없는 브베의 형에게까지 쌍욕을 선사한다. 이는 당연히 악플러의 문제다. 연민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다. 그냥 불쌍한 건 불쌍한 거다. 살인마가 불쌍할 수 있다. 전후 사정 없이 살인 자체가 나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나쁘다는 사실은 연민을 반드시 상쇄하지는 않는다. 브베를 몇 년 동안 봐왔지만 그렇게 나쁜 놈 같지도 않다. 단지 초동 조치를 잘못하여 욕받이로 낙인찍혀 지금까지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 물론 브베에 대한 악감정을 가진 사람들도 브베를 흉악한 악마 정도로 치부하지는 않을 것이고, 단지 놀림감 정도로 이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욕받이 콘텐츠라는 신세계를 연 것은 틈새시장의 측면에서 가히 귀감이 될만하다. 어쨌든 본인이 선택했든 아니든, 브베의 멘탈은 단련도 어느 정도는 되겠지만 날이 갈수록 더욱 피폐해져 갈 것이다. 욕이란 욕은 죄다 섭렵한 욕받이 장인인 브베로서는 극대노를 일으킬만한 신박한 욕의 빈도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 것이다. 욕이라고 해봐야 패턴 비슷하지 않은가? 물론 방송 날로 먹는 것도 욕먹는 데 한몫 하긴 한다. 근데 그 정도 욕의 양이면 날로 먹는다고 할 수도 없어 보인다. 브베 방송에서 악플러가 사라진다면 브베 방송을 볼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 악플러와 브베가 공생 관계인 이유이다. 브베는 적당히 욕먹고 심하다 싶으면 쳐내는 식으로 자정작용을 하고 있다. 즐긴다고까지는 못하겠는데, 이제는 숙명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브베의 멘탈에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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