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 여성 참가자는 문제가 있는가? (BJ파이, 이루리)

2021. 11. 15. 13:01생각

머니 게임 최종화까지 시청을 하고 후기를 남긴다. 일단 대략적으로 다뤄볼 것은, 대중들이 쇼를 쇼라고 여기지 않고 과민반응을 한다는 점, 그리고 일각에서는 여성 참가자들의 문제점을 부각하면서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세세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대강 기억나는 것만 얘기하고자 한다.

먼저, 머니게임 시청자들이 머니게임 참가자들 각각의 캐릭터에 과민반응을 하든, 그렇지 않든 어느 것도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도를 넘는 맹비난에는 도의적인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본다.

처음에 빅현배가 자진 퇴소하고 육지담이 대체자로 입소했을 때, 육지담의 소비 행각을 보며 기겁을 했다. 이에 육지담을 둘러싼 여러 상황 판단 능력, 환경, 지능 등의 총체적인 요소들을 근거로 하여 그의 행동을 판단하고 비판할 수 있다. 3번 역시 소주와 초밥을 주문했을 때 의도적인 쇼맨십인 것을 알면서도 뒷목을 잡게 만들었는데(최종화를 보니, 그도 지친 탓인지 더 이상 쇼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 그의 소비 행각을 그가 처한 머니게임이라는 상황과 게임에 임하는 태도와 의도 등의 종합적인 요건들을 가지고 평가하고 재단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빅현배가 남에게 피해를 줄 것 같다고 자진 퇴소한 것을 두고 빛현배라고 칭송을 받을 만한지, 더 재밌는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너무 빠른 포기를 한 것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더 받을 만한지는 평가자 개인의 가치 판단 기준에 따라 갈라지며, 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 행태가 참가자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라면, 흡연을 참지 못하는 남성들, 그리고 술판에 참가한 모든 참가자는 동등하게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2주 동안 흡연이나 음주를 금하여 미쳐버려 상대에게 더 큰 해악을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면, 2주 동안 생존을 불필요하게 넘어서는 기호품에 대한 자진적이고 합의된 봉인은 마땅하다. 그러나 극도의 절약과 정적이고 무사건의 쇼는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가자들 역시 초반에는 약간의 예능적인 태도를 지니고 참석했을 공산이 크다. 물론 갈수록 리얼리티가 되어가는 것 같았고, 후반부의 참가자들의 모습이 본인들의 현실적인 면을 반영한 것이라면, 비예능적인 것이 그렇게 무재미는 아니라는 점이 신선했다.

중간에 공혁준이 5천만 원으로 8일차 정보를 사는 것을 보고 깊은 빡침이 올라왔는데, 생각보다 이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은 보이지 않더라. 공혁준 역시 미리 정보를 확보한 뒤에 뒤에서 조작질 하려고 수 쓰지 않았는가? 파이나 이루리가 계산적이고 남성들을 공갈하고 자신들(여자)이 뭉쳐서 성공으로 가는 데에 주도면밀했다고 한다면, 공혁준 역시 그에 못지않게 공동체를 기망하는 작태를 취한다.

여자들끼리 뭉쳐 자신들의 저의를 은만隱瞞하고 남자들을 기혹欺惑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게임을 전략적으로 임하는 탁월한 자세임에 오히려 칭예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많은 시청자는 그녀들의 허망虛罔을 실제에로 예인하여 맹비난을 가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런 사람들이 ㄹㅇ 무서운 게", "n 번이 현실에서 진짜 피해야 할 부류임" 하면서, 그들의 채널에 몰려가, 싫어요 테러와 비난성 댓글의 융단 폭격을 가했다. 이는 그리 건전해 보이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그들의 평가가 마냥 잘못된 것 또한 아니다. 개인의 생각에서 그치면 그만이지만, 그것이 한 개인의 일상이 힘들 만큼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거나, 노골적이고 악의적인 욕설의 배설이라면, 자제되는 편이 낫다고 본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머니게임의 이상적인 모습(결과)은 무엇인가? 머니게임은, 남성 참가자들만이 승리했을 수도, 참가자 전원이 우승했을 수도, 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한 명만 우승했을 수도, 중도에 게임이 중단되었을 수도 있다. 그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상적인 기준에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이상에 대한 기준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편적인 예능 표준이 규격화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나처럼 파국적 결말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그 일반성은 이상적이지 않다. 나는 이 결말이 예상외의 인물(5번 이루리)에 의해 이끌어진 것이 매우 흥미롭고, 그걸 떠나 어쨌든 결과적으로 게임 안에서의 인간 군상의 다양한 면모, 참가자들 간의 심리적, 이해관계적 분투와 양상이 매우 교훈을 주었으므로 꽤나 괜찮게 잘 봤다고 생각한다.

머니게임 안에서의 모습이 진짜 모습이라면, 그들은 나쁜가? 게임이라는 가공된 조건을 모두 인지하고 참가했다. 만약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도 참가자들은 서로 믿지 못하고 속여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할까? 이러한 반사실 조건적인 의문 제기는 다소 무의미하다. 그러나 만약 이루리나 파이가 특정한 요건 하에서 이타적이게 행동할 수 있다면, 즉 그들 그 자체가 어떤 상황에서도 이기적이고 기계지심機械之心을 품는 것은 아니라면, 그들을 단지 이번 머니게임에서의 드러난 모습만을 가지고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또한 파이의 과거가 설령 문제가 있었다고 한들, 이번 머니게임에서의 사건과 관련 없는 독립 사건을 무리하게 그녀 자체와 결부 지으려고 해선 안 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연속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가령, 육지담이 사회에서 정신과 약을 먹고 실제로 심신이 불안정한 사람이었다면, 머니게임 안에서도 그 양태가 발현될 공산이 다분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그녀에 대한 개연적인 이해의 근거가 될 그 정신병적 요인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바깥에서의 정신병을 왜 여기 끌고 왔냐고 질타하는 것은 다소 인간과 상황에 대한 몰이해를 전제하는 듯하다.

여성 참가자들의 자진 퇴소로 인해 게임이 중단될 뻔한 것에 대해 다뤄보자. 여기서 중점적으로 따져야 할 것은, 자진 퇴소가 실제 그녀들 자신의 성격이나 가치관에 근거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냥 그녀들의 행동을 무책임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머니게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남성들에게도 동일하게 머니게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부여되었고 남성들은 자기들 힘들다고 자진 퇴소를 감행하는 무모함을 선보이지 않았다는 반론에 직면한다. 나 역시 이에 대한 재반론은 딱히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개개인성을 따져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설령 생물학적이고 사회적인 여성이라는 동물이 본래든, 후천적으로든 남자에 비해 결집적이고 감성적인 성향을 다소 가진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나름대로 그러한 특수성이 머니게임에서 발현된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아 저렇게 행동하는구나~'하며 이해하면 그만이다. 굳이 개떼처럼 이 여자 유튜브, 저 여자 유튜브에 몰려가서 댓글로 맹공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게임을 더 완성도 있게 이끌어 가지 못하고, 감상에 젖어 수루垂淚하기나 하고, 기만질은 또 오지게 잘 해서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기분을 우롱하고 상하게 한 추태에 대한 단죄를 하려는 것인가?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결말을 파국으로 이끈 것은 도대체 누구의 죄인가? 모두가, 정도만 다를 뿐이지 서로에 대한 모만冒瞞을 자행했고 그러한 사위詐僞와 의심들의 얽힘에 의한 결과가 이것일 뿐이다. 나는 특별히 여자만 잘못했다거나 여자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 자진 퇴소 건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의 무책임한 행동을 집단적으로 취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남성 참가자건, 여성 참가자건 간에 관점에 따라 모두 문제가 있으며, 특별히 여성 참가자들이 더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문제는 없다. 다만, 그러한 시각을 통해 여성 참가자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어떠한 극적인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그 자신마저도 모른다. 물론 비난의 정당한 자격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자만이 그보다 덜 도덕적인 자에 대한 공격권을 갖는 것 또한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비난의 자유가 다분히 선택적이라는 이중잣대에는 경계할 필요가 있고, 애초에 비난 자체가 그리 쓸모가 있는 행위인지조차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