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5. 12:54ㆍ생각
https://theqoo.net/index.php?mid=hot&page=2&document_srl=2023657049
HOT - '묻지마 범죄' 왜 느나 했더니…인격장애 앓는 20대男 ↑
[심평원 분석 결과, 전체 환자는 줄지만 20대 남성 환자만 증가세] https://img.theqoo.net/XXIwo 욱하는 성격을 주체하지 못해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방화, 도벽 등의 충동심리를 억제하지 못하는 20대 남
theqoo.net
필자는 방금 전에 위 커뮤니티의 댓글 반응을 보고 대경했다. 확증편향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 태도와, 제시된 기사 내용과 통계자료에 대한 일말의 의심이나 숙고도 없이 특정 집합체를 향해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많이 목도되었기 때문이다. 위 본문에서 인용한 기사는 2015년에 작성된 것이다. 글의 제목은 기사의 제목과 동일하다. 일단, 기사부터 제목부터가 어그로성이다. 마치 묻지 마 범죄가 느는 원인이 20대 남성의 인격장애인 것으로 오해하게끔 써놨다(애초에 '20대 남성의 묻지 마 범죄 증가'라고 하지도 않았고, 묻지 마 범죄가 증가하는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도 않음). 그러나 기사 본문을 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묻지 마 범죄자 중에 인격 및 행동장애를 앓는 피험자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성인 인격·행동 장애를 앓는 전체 환자를 분석한 것이다. 그러니까 기사 제목만 보면, 20대 남성의 인격장애 수치가 증가하기 때문에 묻지 마 범죄가 늘어나는 것으로 오인하기가 적합하다. 본문을 보면 묻지 마 범죄의 직접적 언급은 없다. 인격 장애와 습관·충동 장애의 정의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장애가 범죄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더 괘씸하다. 이 자극적인 낚시성 제목의 기사는 전형적인 남혐 자료로 여겨질 소지가 없지 않다. 설령 실제로 인격 장애의 증가가 묻지 마 범죄의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당해 기사는 그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기사가 아니다.
인격 장애는 개인의 행동 양상과 성격이 사회생활 등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를 말하며, 습관·충동 장애(행동 장애)는 명백한 이성적 동기가 없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두 장애를 통틀어 인격·행동 장애라고 하자. 언뜻 보면 인격·행동 장애가 묻지 마 범죄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묻지 마 범죄와 인격·행동 장애가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여기서 오류 추론이 발생한다. 형식 논리학의 추이성 원리에 따르면 'A 이면 B, B 이면 C 일 때 A 이면 C이다'가 논리적으로 도출된다. 이제 어떻게 오류를 범할 수 있는지 따져보자.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은, '인격·행동 장애 그 자체에는 범죄성이 없다'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장애 그 자체에는 범죄성 그 자체도 없거니와, 범죄성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유책성 등의 법적 성립 요건이 있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인 인과적 과정의 하나인 '행위의 도달'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 많은 오류 추론자들은 추이성 원리를 이렇게 이용한다.
A → B
B → C
∴ A → C
A : 지나친 공격성, 명백한 이성적 동기가 없는 행동
B : 지나친 공격성, 명백한 이성적 동기가 없는 행동의 증가
C :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로 공격하는 범죄행위
각 항에 대입되는 내용은 다소 아귀가 맞지 않는 것들이다. 우선 B는 A 그 자체가 'A라는 행동의 증가(D)'라는 다른 조건과 연연지로 묶인 복합 명제다. 그러니까 첫 번째 전제를 다시 표현하면 'A → (A ∧ D)'이다. 해당 조건문의 역은 논리적으로 추론 가능하지만, 원 조건대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A 그 자체가 A 그 자체를 증가시키는 어떤 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함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자잘한 오류는 차치하고, 결론만 따져보자. C 역시 복합 명제로 간주해야 할 여지가 농후한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격 행동 장애와 묻지 마 범죄 사이에는 교차하는 구간이 존재한다. A의 내용이 C에 전적으로 함축(동일) 된다고 하자. 그런데 C에는 A의 내용 외에 범죄에로 도달하는 '행위의 도달'이 있다. 그러니까 A의 내용에는 그 장애로 인한 행동 자체가 사람이나 사물을 향한다는 전제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C는 명백하게 범죄를 완료된 시점을 가리킨다. 즉 장애로 인한 행동이 미치는 대상이 반드시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는 '대상에 대한 행위의 도달'을 E라고 하자. 그러면 위 논증의 결론부는 'A → (A ∧ E)'로 표현 가능하다. 아는 명백하게 틀린 논증이다.
애초에 '욱하는 성격을 주체하지 못해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방화, 도벽 등의 충동 심리를 억제하지 못하는 20대 남성이 늘고 있다'라는 사실은 '묻지 마 범죄는 정신 장애를 앓는 20대 남성에 의해 증가한다'라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함축하지 않는다. 즉 전건으로부터 후건이 논리적으로 반드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과적으로도 그러한데, 전건에서 후건으로 넘어가는 데에 개입되는 요소가 무수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결과에 대한 결정적인 원인인지 파악하기 까다롭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정도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제시된 통계 자료만 가지고는 그 장애의 증가가 실제로 묻지 마 범죄의 증가에 기여하는지 인과관계를 따지기 지난하다는 점에서 해당 기사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또한 장애 판정 절차에도 문제가 상당하다. 정신적 장애가 뇌 손상의 일환이며, 뇌 상태를 관찰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뇌 상태가 반드시 어떤 특정 행동을 유발한다는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설령 어떤 사람이, 특정한 정신적 장애 증상과 동일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행위자의 기망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결정하기 어렵고, 다른 원인에 의해 그러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또한 여전히 그러한 증상은 단지 심리적 현상에 의존하므로 절단 장애처럼 명백하게 구분이 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우리가 이미 믿는 대로 섣부르게 단정할 수 없다.
여하튼 문제의 기사는, 심평원이, 20대 남성의 인격 행동 장애 증가와 묻지 마 범죄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격 행동 장애 환자를 단순 분석, 구분한 것을 단순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즉, 기사의 제목을 보면 기자에게 모종의 분란을 조장 의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되기도 한다. 심평원이 20대 남성의 증가폭을 꼭 집어 묻지 마 범죄와 연결 짓지도 않았는데, 자의적인 해석을 기사 제목으로 버젓이 달았으니 말이다. 누차 언급했듯이 장애자 수의 증가가 범죄 실현도의 증가에 유의미한 기여를 한다고 단정할 수 없거나 적어도 단정할 수 있는 자료가 불비하다. 설령 그 장애 자체에 범죄 잠재성이 내포한다고 하더라도, 인격 행동 장애자 수의 증가만이 그 잠재성의 발현 정도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아니, 적어도 해당 통계 분석이 그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격 행동 장애의 증가가 그로 인한 범죄에의 도달의 증가에 대한, 인과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논의는, '그렇다면 왜 20대 남성 정신 질환자가 증가했는가'로 넘어가는데, 이에 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추리는 위 커뮤니티 댓글에서 직접 확인하라. 문제의 기사 링크는 아래에 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5030208532330207
'묻지마 범죄' 왜 느나 했더니… 인격장애 앓는 20대男 ↑ - 머니투데이
욱하는 성격을 주체하지 못해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방화, 도벽 등의 충동심리를 억제하지 못하는 20대 남성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news.mt.co.kr
참고로 해당 기사는 묻지 마 범죄가 왜 느느냐는 기자의 의문을 담은 2015년 자 기사다.
그런데 대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묻지 마 범죄는 오히려 줄었다. 정신질환 비율도 압도적으로 높진 않다. 저 중에 20대 남성이 얼마나 속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20대 남성 후려치기 현상은 아직도 존재한다.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 키 vs 여자 가슴 (?) (0) | 2021.11.15 |
---|---|
상식이란 무엇인가 ('벽창호' 상식 논란) (0) | 2021.11.15 |
예리가 김정은과의 악수를 영광이라고 한 것은 잘못인가? (0) | 2021.11.15 |
에이프릴 이나은을 향한 비난을 멈춰야 하는 이유 (0) | 2021.11.15 |
걸그룹 군대 위문 공연의 실체 (0) | 2021.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