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여강사와 밀폐된 방에서 한판 하겠다는 남편

2023. 2. 22. 21:41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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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가령 내 마누라가 몸 좋은 남자 헬스 트레이너에게 개인 pt를 받는다고 하자. 물론 그럴 일은 특별히 없겠지만(내가 가르치면 될 일이기에) 탄탄한 대흉근 이빠이 뻠삥된, 망고 나시 입은 짐승 같은 트레이너가 마사지해준다면서 응딩이, 허리춤 살살 문지른다고 생각해 보라. 아무리 남편의 몸이 더 좋다지만 낯선 남자의 섬세하면서도 야릇한 터치에 배덕감과 흥분감으로 소음순이 벌렁벌렁할 것이다. 남편과의 질린 성교는 어느덧 짐승 같은 섹시한 트레이너와의 잠자리로 대체되고, 구릿빛 탄탄한 복근 위에서 가열하게 허리를 돌리리라.

본문의 남편 역시 야한 몸매의 필라테스녀와 밀폐된 공간에서, 단둘이 헐떡이는 신음 속에서 시큼한 땀 냄새와 함께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며 정서적으로 융화될 것이고, 레깅스와 물아일체가 되어 야한 몸의 굴곡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필라테스녀를 음탕한 시선으로 관음하는 남편, 그리고 그에 대한 무조건반사로 아내와의 잠자리에서보다도 더 튼튼하게 기립하는 음경 때문에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며 불편감을 느끼는 남편을 생각하는 아내의 심정이 적이 이해가 된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아내의 발상 역시 지적할 바가 없는 건 아니다. 남편의 자유의사가 중요하냐, 마누라가 싫어하는 게 더 중요하냐? 남편의 자유 의지 실현이 마누라의 기분과 걱정에 의해 기각되어야 하는 실정이 물론 아주 부당한 건 아니다. 왜냐하면 남자가 여성 편향적인 일부일처 제도에 동화되기로 자유 의지에 따라 결정했기 때문이다. 누가 결혼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나? 자기가 해놓고, 그러니까 자기가 자신의 자유를 일정 부분 탈각하기로 결정해 놓고 어디 나중에 가서 딴 소리하고 앉았나. 결혼은 자기 생을 일정 부분 포기하여 그 포기분을 배우자에게 공여하는 계약이다. 그리고 출산은 마누라에게 떼주고 남은 나머지 내 인생 대부분을 애새끼에게 할애하겠다는 종신 맹약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잡혀 사는 건 남자가 무능한 탓이다. 남자가 존경할 만하면 여자? 찍소리도 못 한다. 남자의 성질을 긁어서 풍족한 피부양 라이프에서 박탈되면 자기만 손해인데 어디 요즘 여자들이 자기 손해 볼 짓을 하던가? 요즘 애들 영악하다. 어디 여자가 하늘 같은 서방님에게 기어오르려고 해? 같은 사고방식은 남성 그 자체가 여성에 비해 우월하다는 논리인데 요즘엔 하도 하남자가 많아서 설령 그들이 이러한 마인드를 탑재하고 있다고 해도 그걸 행동으로 내보일 만큼의 자신감이나 깡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건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아니, 근거 지어진 자신감이긴 하지만 그 자신감의 원천이 매우 공허하다. 남성 그 자체의 고결함은 공갈이다. 단지 남자는 누군가가 자기를 떠받들어 주는 걸 좋아할 뿐이지, 남성 그 자체가 떠받들어져야 하는 존재인 건 아니다. 그리고 진짜 자신감은 근거 있는 자신감인데, 그 자신감의 원천은 매우 실효적이고 타의 모범이 되기도 하며 건전하다. 진짜 권력은 공갈과 기망이 아니라 실질성에 근거한다. 높은 사회적 지위나 막대한 부, 고차 지능, 우월한 외모는 물론 모두 가변적인 가치이지만 역사적으로 일관되게 인정되는 공신력 높은 객관적 규준이다.

못생긴 남자에게는 여자와의 관계적 물꼬를 틀 기회가 보통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덜 주어진다. 동일한 기회에서도 성공률이 매우 희박하다. 못생긴 남성, 특히나 본문의 남편같이 몸매가 더러운 남성은 여성으로 하여금 성적 호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그러니 글쓴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남자의 몸이 오죽 더러우면, 그걸 스스로가 깨달을 정도가 될 때까지 오죽 한참 방치했으면, 그 꼴이 얼마나 추접스러울까. 그리고 쪽팔리게 남자가 필라테스가 뭐냐 필라테스가(농담). 남자는 무조건 쇠질이다(강조). 쇠질이 필라테스보다 오조오억 배의 효율을 가져다준다(과장). 남자에게 고독은 숙명이다. 헬스는 고독의 운동이다. 따라서 남자라면 헬스를 해야 한다.

남편이 필라테스녀와 밀폐된 방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사건은 문자 자체만으로는 필시 경계할 만하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나 그렇듯 맥락이 중요하다. 필테녀가 남편에게 오픈할 맥락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보나 마나 할 것 없이 불륜의 발생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남편의 더러운 몸뚱어리에 찢겨 나간 면상 대가리와 덜떨어진 사회적 지능만 추가되면 충분하다. 하지만 얼굴이 반반하고 말도 곧잘 하면 어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당장 몇 달 뒤에 두 집 살림 차리지 않을 것이라고 어찌 단정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약쟁이에 필적할 자신은 없지만 양아치, 멸치, 투블럭, 20대 초중반 트레이너에게 밀릴 자신도 없다. 따라서 내 마누라가 그런 트레이너에게 pt를 받는 건 다른 의미(실력 없음)로 걱정된다. 하지만 몸은 섹시하지만 면상은 곱상한 중저음 보이스의 스윗 약쟁이에게 마누라를 맡겨 빼앗기지 않을 자신은 별로 없다. 그렇기에 약쟁이만큼은 아니더라도 내추럴 중에서도 압도적인 사이즈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곧 운동을 시작하는 2월 6일부터 고강도 트레이닝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그럼 다들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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