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와 에이즈

2021. 12. 10. 15:36생각

나는 에이즈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원리를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내 수준에서 논의할 수 있는 정도만 논하고자 한다.

1. 동성애와 동성 간 성행위는 다르다.

2. 에이즈는 필연적으로 남성 간의 항문 성교에 의해서만 시작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1. 동성애와 동성 간 성행위는 다르다.

동성애는 가치의 영역이고 동성 간 성행위는 사실의 영역이다. 전자는 허상일 수 있지만 후자는 물리적 사건 그 자체다. 전자의 관념적 논의는 어려우니 뒤로 미루고 먼저 후자를 살펴보자. 동성 간 성행위는 생식활동이 아니다. 일종의 유희다. 유희도 가치의 영역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사실적 행위를 함에 있어 특정한 가치적 목적이 수반된다. 어떠한 행위에는 의도가 필요하다. 의도라는 것이 꼭 단어 정의 상의 가치성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에 대한 동인 정도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결과에 대한 원인 따위처럼. 무엇이 동성 간 성행위를 하게 만드는가? 동성애적 감정인가? 그 감정은 선천적인가? 계측할 수 있는 것인가? 후천적 합리화인가? 경험에 의한 습관형성인가? 수천 년 전부터 있던 행위이다. 그 행위의 물리적 동기는 알 수 없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선천적인 동성애 유전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지만 논리적으로 엄밀하게 검증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차치하겠다. 동성 간 성행위가 발생하는 이유는 물리적인 추동이라기보다는 물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이다. 사고실험을 하나 해보자. 자웅이체의 암 수 한 쌍의 동물을 상정하자. 이 암수의 동물은 선천적으로 서로에 대한 생식 욕구를 가진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서로가 암수인지 구분할 수 있는가? 나의 생각으로는 외양이다. 이는 상대 개체에 접근하여 생식 행위를 하게 하는 기준이 외양이라는 것이지 비행위적 생식 욕구는 내재되어 있다. 수컷이 수컷처럼 보이는, 실제로는 암컷인 개체를 마주했다. 그냥 이해하기 쉽게 인간으로 예를 들자. 똑같이 음경이 달린 두 개체이지만 한 명은 가짜 음경으로 상대를 기망하고 있다고 하자. 진짜 수컷은 가짜 수컷을 생식 목적으로 욕구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인 관찰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상대 개체가 동성인 것과 성적 욕구는 별개라는 것이다. 유희에 반드시 성적 유희가 수반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생식 욕구가 반드시 특정 성체를 향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드러난 주변의 결과들에 대한 관찰로부터 추리할 수 있다. 무성성인 무생물에 대한 성적 추동도 있다. 이것이 생식욕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로만 보았을 때 성적 흥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조금 중구난방으로 썼는데 정리하자면 동성 간 성행위는 생식 가능한 대상을 향한 생식활동이 아니다. 그러면 동성애라는 관념적 가치는 무엇인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대상에 대한 해석 작용이거나, 신체의 작용이라고 할 것인데,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기준이 없다. 활자를 읽을 때마다 성적 흥분이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사람이 활자를 접하지 않았을 때부터 활자애라는 선천적 속성을 가지고 있었으리라고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우연히 활자를 접했고 이전의 일련의 여러 경험과 신체의 작용 따위가 복합되어 해석해 낸 결과일 따름이다. 정리하자면 동성애는 대상에 대한 해석이다.

2. 에이즈는 필연적으로 남성 간의 항문 성교에 의해서만 시작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항문 성교는 있었다. 그때는 에이즈가 없었다. 크게 두 가지 가설을 세워보자. 첫째, 에이즈는 외부적 요인에 의하지 않고 수 천년의 잠복기를 거쳐 현대의 특정 시기에 발현되었다. 둘째, 외부적 요인에 의하였다. 현대 의학적 관점에서 둘째 가설이 참임이 입증되었다. 침팬지로부터 어떤 바이러스가 하필 인간 성행위, 특히 남성 간의 항문 성교 시에 침투하여 무면역증이 시작되었다. 일종의 낙인효과가 크게 작용한 케이스가 동성애 혐오이다. 만약 이성 간 항문 성교로부터 에이즈가 스타트를 끊었다면 현대의 이런 편향적 낙인은 적었을지도 모른다. 남성 간의 항문 성교에 의한 에이즈 발병률이 이성 간의 항문 성교에 비해 높은 이유는 이성 성행위보다 남성 성행위 시에 항문의 사용이 잦기 때문이다. 에이즈가 오직 남성 간의 항문 성교에 의해서만 처음 발생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이성 간의 항문 성교에 의해서는 에이즈가 절대 처음으로 발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것과 같은, 에이즈의 여러 발단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원천 봉쇄해야 한다. 어쨌든 에이즈는 우연히 남성 간의 항문 성교에 의해 발생하였고 이성 간의 항문 성교는 후발주자가 되었다.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나의 이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인데 그것은, '발병 가능성이 높은 행위를 지양하라'이다.

아래의 글은 2년 전쯤에 써놓은 것인데 지금의 생각과 비교하기 위해서 일부러 수정하지 않았다. 현재의 생각이건 예전의 생각이건 오류 가능성이 항존하고, 강하게 믿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x라고 주장하였다고 하여 나중에도 x를 고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同性愛와 無免疫症

에이즈의 원류는 오직 동성 간 성관계로부터 왔다는 오해를 자금自今에 불식해야 한다. `동성애 ≠ 동성 간 성관계`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성교배는 동성애에 수반할 뿐이지 필 수반하는 것은 아니며, 그 역(동성교배 후 동성애적 본성이 생기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남성의 동성애는 여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원초적 무기력감에서 벗어나려는 도피처일 수 있다.` - 로날드 비라그「남성의 성」

여성적인 남성을 욕망하는 남성이 있다. 이 욕망의 주체가 욕망의 대상을 실제로 취했다는 이유로 동성애적 본성을 함유한다고 추리하는 것은 오류의 소지가 있다. 남성적인 남성을 욕망하는 남성이 있다. 이 욕망의 주체만이 진성 동성애적 본성을 가진 것인가?

개념이라는 것의 경계는 대개 모호하다. 특히 가치를 규정하는 개념은 경계를 설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리가 인지하는 성 역할은 자연적 사실인가? 생식에 효율적으로 사용·발달되어 왔다면 다분히 자연적이긴 하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성 역할은 그 경계가 훨씬 모호하다.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여자라고 착각한 여장남자를 욕망하고, 착오를 인지하고, 그 착오를 그가 자연적 본성이라고 알아왔던 `이성애적 본능`으로 한치의 정신적 혼란도 없이 인정·순응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그 남성이 쉽게 착오의 욕망을 떨칠 수 없었다면 그 잔상을 쉽게 지우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설명을 `자연적 본성인 이성애`에 맡길 수 있을까?

사랑은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가치의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돌을 일방적으로 사랑할 수 있고 그것과 반자연적인 유사성 관계도 흉내 낼 수 있다.

애초에 가치와 사실의 복합 작용인 정신적·육체적 사랑을 오직 자연 사실적인, 이성애도 아닌 이성 교배 논리에만 끼워 맞추려고 하니 혼란감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다. 이성 교배는 사실의 영역이고 이성애는 가치의 영역이다. 동성교배도 생식의 관점에선 반자연적이긴 하나 생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동성교배를 두고 가치 폄훼를 하는 것은 유역猶亦 야만적이다.

`사실상 불임이란 개념은 생식을 목표로 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가정할 때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키스한다고 해서 아이가 생기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키스를 불임 행위라고 여기지 않는다. 생식이 키스의 목표는 아니며, 키스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전통적 도덕관에 따라 모든 성행위가 오직 생식만을 목표로 한다고 가정하지 않는 이상, 동성애나 이성애의 여러 행위(애무, 펠라티오, 쿤닐링구스, 항문성교 등)가 불임 행위로 간주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동성애 혐오증 사전」

`동성애를 본질적으로 비도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가장 적대적인 태도는, 전통적으로 동성애를 `파라 푸신`한 것으로 규정짓는 「로마서」의 구절에 뿌리를 두고 있다. .... 그 뒤 `반자연적`이란 표현은 이른바 (반자연적) `선교사 체위`에 의한 성행위만 용납되는 가운데, 생식을 전제로 하지 않는 모든 성행위를 비난하기 위한 말로 쓰이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 말은 항문 성교를 가리키는 말이 되어버린다.` 「동성애는 유전인가」

페티시와 동성애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유독 페티시는 기호이고 동성애는 반인륜적인 타이틀을 다는 것은 아무래도 에이즈와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나는 소아小兒 시절에 에이즈는 동성교배로부터 탄생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바이러스의 전이에 의한 발생이었고, 교배 행위 자체로부터의 발생은 아니다. 수 천년 전 혹은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항문성교가 있어왔음은 주지의 문헌적 사실이고 에이즈 발병체의 발견은 20세기 들어(혹은 그보다 조금 이전에) 아프리카와 북미 대륙에서 `남성 간 성관계`로부터이다. 에이즈의 기원은 침팬지로 알려져 있다. 이때 이성 간 항문성교로 에이즈의 첫 타를 끊었다면 작금의 극심한 동성애 탄압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 신종 바이러스가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종간 장벽 species barrier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따르는 과정은 돌연변이나 바이러스 간 재조합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그럴듯한 가능성은 낙타 코로나 바이러스가 2012년에 어떤 환경적 변화에 의해 사람에게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갑작스러운 변신이 일어났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과거의 신종 바이러스에서도 그러하듯이, 사람 바이러스로의 변신은 원래 그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자연숙주 natural host 동물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자연숙주와 사람 간 바이러스를 연결하는 중간 전파 매개체 동물 몸속에서 일어난다.` 「바이러스 쇼크」

동성애를 공격하는 가장 큰 두 관점은 전통적 가치관과 에이즈일 텐데, 나는 그 전통적 가치관에 대해서는 배격하는 입장이다. 후자의 에이즈의 관점을 고수하는 일부 비판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동성애와 동성교배를 구분하라는 것, 동성 간 성행위 자체가 에이즈의 원류가 아니라는 것 정도이다. 그리고 동성 성 행위자들은 자신을 포함한 인류 전체를 위해서라도 에이즈 전염성 성행위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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