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없는 사람 없다

2021. 12. 7. 23:44생각

고집 없는 사람 없다. 두 명의 사람이 말싸움을 하고 있다. 어떤 사건이나 대상, 가치, 사실에 대한 서로의 의견의 충돌이 발생하였다고 추리된다. 고집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가? 사실은 제쳐두고 인간적인 문제에 대해 우선 논하자. 거의 모든 인간적인 문제란, 인간의 해석이 없이 판단이 불가능함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쩔 수 없이, 판단에는 사견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 판단, 이미 정립된 판단이란 학설과 이론 같은 아직까지 공인된 판단을 뜻한다. 너무나도 엄밀하고 자명하여 반론 가능성이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는 공리 따위에 대한 경우는 잠시 제쳐두도록 하자. 대부분의 인간적인 문제에 대한 판단은 가치 명제의 언표의 난립일 지인데 여기서 객관성을 유지할 위인은 전무에 수렴할 것이라고 추단한다. 가령 나은이와 예은이가 말다툼을 벌였다. 나은이는 페미니스트이고 예은이는 안티 페미니스트이다. 이들은 독박 육아라는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다가 격쟁에 이르게 되었다. 나은이의 주장과 예은이의 주장은 다르기 때문에 상충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객관적 지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자신의 신념을 정당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어떤 지표라는 사실은 중립적이어야 하고 해석이 개입하지 않는 한 일면 중립적이다. 그런데 애초에 지표 설정 돌입 이전 단계에 특정한 가치적인 의도를 함의하고 있었다면 지표의 공정성은 패괴되고 만다. 어쨌든 잠깐 제쳐두고, 나은이는 본인이 한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고 상대가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할 것이고 예은이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물론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라는 가정을 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고집이라는 개념이 옳은 생각의 강고한 주장에 해당되지 않는지의 여부이다. 여기서 '옳은 생각'의 범위와 정의가 중요하다. 이것은 가치적으로 참된 사고, 다수가 인정하는 사고, 명석판명한 논리적 참 등으로 생각될 수 있겠다. 논리적 참은 아니지만 모두가 현재 인정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라.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그에 유사한 관념은 무엇인가? '살인하지 말라' 정도일까? 그런데 살인이 정당화되는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과 철저한 인본주의적 도덕률에 지배된 사람이 언쟁이 붙는다면 다수자인 후자는 고집을 부리지 않는가? 즉 100%에 수렴하는 참된 가치에 대해 역설하는 것이 고집이 아니라고 볼 수 있냐는 것이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을 기획했다. 이 자 역시 고집을 부리고 있다. 우리가 주장하는 말의 내용의 참됨 따위는 '고집이 아니게 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백 명 중에 99명이 동일하게 옳다고 주장하는 가치의 역설이 그에 반하는 한 명에게는 고집을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고집은 강하게 버티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의 옳고 그름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리고 가령 이런 경우는 최악이다. 연인이나 가족 간의 말다툼 중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들 간의 내부적 상황을 벗어난 외부적 규준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개인 간의 합의란 내밀한 그 특성상 매우 구속력이 적은 것이기에 자유롭게 설정될 수 있는데, 외부적 규준이 살인을 악이라고 규정하더라도 내집단의 구성원이 살인을 용인하고 있다면 그 집단의 기준으로만 보아 그들은 만족스러운 결속을 맺고 있다고 할 것이다. 즉 가치의 상충이 부존한다면 거기에는 고집이 없다. 그러므로 이 살인 집단에는 고집이 없다. 왜냐하면 이미 서로 합의가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팽팽하게 맞붙는 의견의 쟁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제 나은이와 예은이의 다툼으로 돌아와보자. 나은이는 여성의 독박 육아에 대한 한탄을, 예은이는 정당한 역할 부담일 수 있음을 주장하며 팽팽한 상호 견제 중에 있다. 여기서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둘 다이다. 모든 의견 충돌에는 고집이 존재한다. 설령 그중에 정말 합리적이고 옳은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이더라도 상대에게는 고집으로 보인다. 그러면 제 삼자의 해석은 어떠한가? 나은이를 지지하는 사람은 예은이가 고집을 부린다고 판단할 것이고 예은이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나은이가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고집은 무언가가 충돌하지 않는 상황에서야 없어진다. 그냥 요즘에 고집부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써봤다. 당신이 상대와의 관계에서 고집부리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것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당신에게도 고집이 있었음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