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어미 '-면서'의 다중 해석 사례

2021. 11. 21. 21:24생각

 

오구라 유카가 라디오에서 한 발언에 대하여, 한 커뮤니티의 어떤 유저가 위와 같은 댓글을 다는 것으로 내 의문이 촉발한다. 발화되는 상황과 '게으르면서 유명세를 타고 싶다라?(x)'를 고려하면, 댓글에 반응하는 유저들은 다소 오해를 하고 있을 수 있음을 필자는 지적한다. '게으르면서'가 '지금 게으르면서'를 뜻하는지, '앞으로 게으르게 하면서'를 뜻하는지 다중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유명세有名稅를 타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유명세를 치르다', '유명세가 따르다' 따위가 맞다. 그런데 이러한 오해는 '세稅'를 세금의 의미로 해석하지 않고 '세勢', 즉 형세形勢로 해석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유명한 형세를 탄다는 말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유명함에 대해 치르는 세금을 탄다는 말은 어색하다. 최근에는 전자의 해석이 많이 보인다. 이러한 언어 쓰임의 시류에 맞게 '유명세有名勢'라는, 긍정 술어와 호응할 수 있는 신조어를 만들든지, 기존의 유명세有名稅의 서술어 적용 범위를 넓게 허용하든지 하는 대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어쨌든 이러한 해석의 갈래를 고려하여 '게으르면서'의 화용론적 논의를 시도하고자 한다.

너무 복잡해지지 않기 위해 우선 '게으르면서 / 유명세를 타고 싶다라?'로 구분하고, 전자의 의미를 두 가지로, 후자의 의미를 두 가지로 구분할 것이다.

ㄱ. 지금 게으른 주제에, 유명세는 타고 싶다?

ㄴ. 앞으로 게으르게 처신하면서 동시에, 유명세는 타고 싶다?

ㄷ. 지금 게으른 주제에, 유명세를 치르고 싶다?

ㄹ. 앞으로 게으르게 처신하면서 동시에, 유명세를 치르고 싶다?

문제의 댓글 유저, '아스나으리'의 의도는, 아래의 대댓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서너 시간은 못 잘 시간임? 매일 생방송함?"이라는 발언에 의해, ㄱ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스나으리가 대댓글을 달지 않았다면 x만으로는 그 정확한 의도를 추리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대댓글의 반응도 획일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파라다이스'는 그 어떠한 단서도 없이 x 한 문장만으로 자의적 추리를 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아스나으리의 표현이 중의적임을 고려하지 못한 처사이다. 따라서 '유명세를 타고 싶다라?'가 '유명하고 싶다'라는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면, x에 대한 해석은 ㄱ과 ㄴ이 모두 가능하다.

그런데 추천과 비추천 수를 보면, 대부분 직관적으로 x를 ㄱ으로 해석했다는 말인데, 어떻게 이렇게 획일적으로 해석하는 현상이 발생하는가? 추천 조작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고, 가장 의심되는 것은 '선점론'에 대한 것인데, 가령 어떤 게시글의 어떤 댓글이 초반에 얼마만큼의 추천이나 동의를 받았는지에 따라, 이후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시판 이용자들의 사고를 잠식한다는 것이다. 즉, x는 초반에 비추천 몇 개가 선점 되었으므로, 이후 판단자들은 그 비추천 수에 맞는 해석을 한 것이다.

'-면서'의 의미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참고하면, '-면서'는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두 가지 이상의 움직임이나 사태 따위가 동시에 겸하여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2. 두 가지 이상의 움직임이나 사태가 서로 맞서는 관계에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1의 예시로는 '나는 예은이와 사귀면서 나은이와도 사귄다.' 따위가 있다. 2의 예시로는 '쟤는 예은이이면서 예은이가 아닌 듯이 행동한다.' 따위가 있다. 이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그런데 다음의 예시를 보자. 1의 예시로 '알면서 모른다', 2의 예시로 '알면서 모르는 척한다'. 1의 정의에 따르면 전자는 '알 ∧ 모'를 뜻해야 한다. 저 표현을 '알면서 모르는 척한다'라고 자의적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알면서 모른다'를 '알면서 모르는 척한다'로 간주하게 되면, 1은 '알 ∧ 모'가 아니라 '알 ∧ 모척'이 된다. 모르는 척은 알지도 모르지도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알 ∧ 알'이 되게 된다. '척하다'라는 표현의 개입을 배제하고 완전히 동일한 항만 가지고 비교하면 어떠한 결과가 도출되는가? '자기는 놀면서 남만 시킨다'라는 표현이 1과 2의 정의를 모두 충족하는 것처럼, '알면서 모른다' 역시 1과 2의 정의 모두를 충족할 수 있다. 언어 직관 상 표현이 어색하다고 할지라도 의미의 훼손은 없다. 돌아와서, x의 '-면서'를 기준으로 좌항 '게으르다'와 우항 '유명세를 타고 싶다?'는 '-면서'의 정의 1과 2 모두에 부합한다.

1-a. 지금 게으르면서, 지금 유명세를 타고 싶다.

1-b. 지금 게으르면서, 앞으로 유명세를 타고 싶다.

1-c. 앞으로 게으르면서, 지금 유명세를 타고 싶다.

1-d. 앞으로 게으르면서, 앞으로 유명세를 타고 싶다.

2-e. 지금 게으르면서, 지금 유명세를 타고 싶다.

2-f. 지금 게으르면서, 앞으로 유명세를 타고 싶다.

2-g. 앞으로 게으르면서, 지금 유명세를 타고 싶다.

2-h. 앞으로 게으르면서, 앞으로 유명세를 타고 싶다.

'게으름'과 '유명세'가 양립 가능하다면 1-a ~ d의 해석이 가능하고, '게으름'과 '유명세'가 서로 맞서는 관계라면 2-e ~ h의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x를 1-c와 1-d로 받아들인다면, x를 2-e와 2-f로 받아들인 대부분의 유저들의 다수 의견을 회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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