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0. 17:04ㆍ생각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진실만을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거짓만을 말한다.
ㄱ이 말하기를, 저팔계의 상태를 말할 수 없다.
ㄴ이 말하기를, 저팔계는 멀쩡하다.
저팔계의 상태는?
1. 살았다
2. 죽었다
3. 식물인간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을 x, 거짓만을 말하는 사람을 y라고 하자. 먼저 ㄱ이 x이고 ㄴ이 y인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자. ㄱ은 진실만을 말한다. 그러므로 '저팔계의 상태를 말할 수 없음은 참'이다. '말할 수 없다'의 의미가 다소 애매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ㄱ이 1 ~ 3 그 어느 선택지도 고를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저팔계의 상태를 말할 수 없음은 참'은 '저팔계 살았는지 죽었는지 고를 수 없다.'와 동치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거나 죽은(살지 않은) 경우 중에 하나를 반드시 말해야 한다(이 상황은 저팔계의 물리적인 상태를 인식하는 과정이 아니라, 논리적 선택지를 다루는 과정이다. 즉 저팔계가 살았는지 살지 않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저팔계의 상태를 말할 수 없거나 고를 수 없다며, 논리적 모순으로부터 속임수 경로를 통해 빠져나갈 수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1, 3과 2가 서로 모순되어, 저팔계는 '살 수 없고 죽을 수도 없는(~살 ∧ 살)' 양립 불능의 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위의 선택지를 이해하기 쉽게 치환하면 다음과 같다.
1. 살았다
2. 살지 않았다
3. 살았다
따라서 ㄱ은 x 일 수 없다. 다음은 ㄱ이 y인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자. 저팔계의 상태를 말할 수 없음이 거짓이라면 ㄱ은 저팔계의 상태를 말할 수 없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든 말할 수 없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에 최소한 말할 수 있다. 즉 ㄱ은 저팔계가 살아있다거나 죽었다거나 식물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ㄴ이 x인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자. '멀쩡하다'가 '오직 살아있음'만을 의미한다면 ㄴ을 1을 지시하며 1, 2, 3 모두를 지시할 수 있는 ㄱ과 양립 가능하다. 또한 '멀쩡하다'가 '살아있음'을 의미하거나 '죽지만 않으면 됨'을 의미한다면 ㄴ은 1과 3을 지시하며, 마찬가지로 1, 2, 3 모두를 지시할 수 있는 ㄱ과 양립 가능하다. 따라서 '멀쩡하다'의 의미에 따라 저팔계는 살아있거나 식물인간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멀쩡하다'는 '흠이 없고 아주 온전함'을 뜻하므로 저팔계의 상태는 1에만 해당됨을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저팔계는 살았다.
추가) 필자는 위에서, ㄱ이 x라고 할 때, '저팔계의 상태를 말할 수 없음이 참'인 경우에 대해 인식론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것을 허용해보자. 즉 ㄱ은 1, 2, 3 중 아무것도 지시하는 것이 없다. 그리고 ㄴ이 y라면 저팔계는 멀쩡하지 않아야(멀쩡하지만 않으면) 하기 때문에 저팔계는 죽었거나(2) 식물인간(3)이다. 그러면 답이 2이거나 3임과 동시에 2와 3이다. 이를 기호화하면 다음과 같다.
(2 ∨ 3) ∧ (2 ∧ 3)
(2 ∨ 3) = a, (2 ∧ 3) = b라고 하자. 먼저 a만 가지고 작업하면,
a ∧ (2 ∧ 3)
≡ (a ∧ 2) ∧ (a ∧ 3)
≡ ((2 ∨ 3) ∧ 2) ∧ (2 ∨ 3) ∧ 3)
≡ ((2 ∧ 2) ∨ (3 ∧ 2)) ∧ ((2 ∧ 3) ∨ (3 ∧ 3))
≡ (2 ∨ (3 ∧ 2)) ∧ ((2 ∧ 3) ∨ 3)
≡ ((2 ∧ 3) ∨ (2 ∧ 2)) ∧ ((2 ∧ 3) ∨ (3 ∧ 3))
≡ ((2 ∧ 3) ∨ 2) ∧ ((2 ∧ 3) ∨ 3)
≡ (b ∨ 2) ∧ (b ∨ 3)
≡ (((b ∨ 2) ∨ b) ∧ ((b ∨ 2) ∨ 3))
≡ ((((2 ∧ 3) ∨ 2) ∨ (2 ∧ 3)) ∧ (((2 ∧ 3) ∨ 2) ∨ 3))
아아아악
생략하고, (2 ∨ 3) ∧ (2 ∧ 3)이면 (2 ∧ 3)일 것이다(?). ㅎㅎ; 상식적으로도 '~멀쩡함'은 특별한 예외가 없다면 '멀쩡하지 않은 모든 상태'를 지시하기 때문에 '죽었음'은 빼놓고 '식물인간'만 선택하거나 '식물인간'은 빼놓고 '죽었음'만 선택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ㄱ이 x, ㄴ이 y이고, 인식론적 해석을 도입하면, 저팔계는 죽었음과 동시에 식물인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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