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함은 할 수 있음을 함축한다

2021. 11. 21. 21:28생각

https://www.youtube.com/watch?v=alsuufufXD4 

 

Ought implies can. 영상을 보면 해야 함을 당위로, 할 수 있음을 능력으로 보고, 이에 논리적 동치인 대우를 취해, '~능력 → ~당위'임을 보인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치환 없이 본래의 한국어 표현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면 다음과 같다.

해야 함 → 할 수 있음

그런데 이것에 대우를 취하면 다소 문제가 발생한다. 해야 함에 부정을 취하면 '해야 하지 않음'으로 보아야 할지, '하지 않아도 됨'으로 보아야 할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는 '해야'와 '함'을 분리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로 보이지만 두 구분된 해석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꼭 그러한 차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먼저 '해야 하지 않음'은 '어떻게든 하지 않아야 함'을 뜻하는 것 같고, '하지 않아도 됨'은 '하지 않아도 괜찮음'을 뜻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전자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강하게 제한하며, 후자는 행위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당위는 행위를 하도록 강하게 제한하는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가 당위의 부정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생각에는 후자가 당위의 부정으로 더 적합하다. 왜냐하면 부정의 속성 때문이다. 당위가 행위를 하도록 강하게 제한하는 의미를 가진다면, 행위를 하도록 강하게 제한하는 것의 부정은 행위를 하도록 강하게 제한하는 것만 아니면 되기 때문에 범위가 매우 넓다.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강하게 제한하는 것은 행위를 하도록 제한하는 것의 부정에 함축되며, 마찬가지로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됨에 함축된다.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됨은 행위를 해야 하는 제한에 대한 ~제한이다. 그러므로 행위를 해야 하는 제한에 대한 부정은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하는 제한만을 국한하지 않는다.

할 수 있음의 부정 역시 '못 할 수 있음', '할 수 없음', '할 수 있지 않음' 등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가지지만 불필요하게 복잡해지므로 이 글에서는 논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논의되는 명제의 대우는 다음과 같다.

할 수 있지 않음 → 하지 않아도 됨

 

 

 

위 글에 대한 대화

 

마 : 한국어 표현에서 부정을 취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음') ->~('해야 함') 으로 둔 다음에 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대우를 취했을 때 명제가 속한 것을 제외한 것이 부정이므로
해야 함에 대우를 취하면
(어떻게서든) 하지 않아야 함과 하지 않아도 됨이 모두 포함이 됩니다.
왜냐면 둘 다 해야 함의 범주가 아니니까요.
한국어적 표현으로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할 수 있음'이 아님->'해야 함'이 아님
정도가 아닐까요?

 

결국 하지 않아야 함이 하지 않아도 됨에 함축된다면 결론은 할 수 있지 않음->하지 않아도 됨으로 같지만 의미론적으로 분리하는 것 자체가 논리에서 할 필요가 없는 일 같습니다.

 

집돌 : 그렇네요.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마이쮸 님이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다시 보니까 억지로 뭔가 의미를 들어맞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군요. '할 수 있지 않음'과 '할 수 있음이 아님'에서 '않음'과 '아님'을 보면 후자는 어감상 논리적 부정으로 보이지만, 전자는 그냥 아예 못 하는 걸로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논리 규칙을 자연 언어에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랄까요. 그렇게 보면 '~능력' 또한 무능력이나 능력이 덜함 등을 넘어서 아예 능력의 범주를 벗어나는, 능력과 상관 없는 까마귀라든가 매력 있음 등도 포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능력만 아니면 되니까요. 근데 보통은 이렇게 논의 범주를 불필요하게 확장하진 않죠.
해야 함이 아님 역시 '해야 함'만 아니면 되니까 '할 수 있음'이나 '할 수 없음', '할 수 있음이 아님' 등도 포함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여기고 나서 본래 명제에 대우를 취한다면, '할 수 있음'이 아님은 '할 수 있음'을 함축하는 모순적인 결과가 도출되네요.

 

마 : 중요한 건 대우를 취할 때 '해야 함'과 배타적인 것은 모두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해야 하지 않지만 할 수 있음', '해야 하지 않고 할 수 없음', '해야 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음이 아님' 가 포함이 되겠지요. 그러니 집돌이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부분적으로는 할 수 있음이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처럼 '할 수 있음'이 아님이 '할 수 있음'을 함축하는 건 아닙니다.

앞서 말씀하신 능력에 대한 것도 살펴보자면, 능력이 아니기만 하면 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까마귀'는 명제가 아니기에 논리에서 제외되며 '매력 있음'이 능력인지 아닌지 저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이것은 명제에서 정해진 범주가 굉장히 넓기 때문이기도 하며 '해야 함'을 능력으로 바꾸었기 때문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짚고 넘어가자면 정말 논할 범주가 아니기 때문에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제가 불필요하다고 한 이유는 ~(해야함)으로 생각하는 것과, '해야 하지 않음'과 '하지 않아도 됨'으로 구분한 뒤 '하지 않아도 됨'이 대우가 맞다고 결론을 낸다면, 전자와 후자의 범위는 다르게 설정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복도에서 뛰지 말아야 한다'라고 얘기했을 때 이는 '해야 함'의 대우에 속하는 것일까요? 전자의 경우로 살펴보자면 이 명제는 '<복도에서 뛰지 않음>을 해야 합니다'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이 명제는 '<~복도...>를 해야 함'이므로 '해야 함'의 대우에 속하지 않습니다.(오히려 '해야 함'에 속합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로 생각한다면 이 명제는 '해야 함'의 대우에 속하게 됩니다. 사고 전개 과정에서 '해야 하지 않음'이 '하지 않아도 됨'에 함축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이 둘의 범위는 다른 것이 맞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이 모순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않으며 오히려 잘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자연 언어로 바로 치환하기보다 논리적 범주를 먼저 고려해야 더 엄밀한 논리성이 갖춰진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대우가 갖는 법칙-원명제와 대우명제에서 참과 거짓은 늘 일치함-이 성립됩니다. 범위를 먼저 알고 자연 언어에 맞는 것을 찾는 작업으로 나아가면 더 좋겠죠.

 

집돌 : '~할 수 있음 → ~해야함'이 참이라면,
'할 수 있음 → ~해야함'도 참인 것 같네요. 현대 논리학에서 후건이 참이라면 전건의 진리치에 관계 없이 참인 조건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걸 여기 적용하는 게 맞나 싶네요.
그런데 이게 맞다면, 할 수 있음이 할 수 있음이 아님을 함축하는 게 되는 건가요? 아니면 논리적 함축이 아니라 그냥 조건화에 불과한 것인가요. 저는 사실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할 수 있음이 할 수 있음을 반드시 함축하는 건 아닌 게 맞네요.

까마귀가 명제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건 제 무지가 맞습니다.

그 아래 3, 4문단 내용을 여러 번 읽었고, 별다른 반론 없이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