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품화의 이중성과 애매모호성

2022. 4. 7. 20:52생각

상품화는 그른 것일까? 상품화를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엄밀히 구분될 수 있는가? 상품화가 되는 것이 허다한 작금의 자본주의 시대에 상품화 그 자체가 악인 건 아닐 것이다. 상품화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란 무엇인가? 그런 게 존재한다면 그것은 다수의 동의를 요하는, 보편적 감정感情에 의해 감정鑑定된 것일 터이다. 상품화 그 자체가 그르다면, 우리는 어떤 것도 상품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상품화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가장 문제시되는 상품화는 아무래도 '성性'일 것이다. 그런데 성 상품화가 문제인 이유가 '성' 때문이라면, 왜 다른 어떤 성적인 것들은 상품화되지 않았을 때 문제시되지 않는가? 가령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성이 다뤄지는 경우에 그다지 비난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것 역시 누군가에게는 공격을 받긴 하지만. '성', 특히 여성의 성만 다루면 발광하는 부류들이 있기에, 그들에겐 성 그 자체가 불편한 것이 된다. 어쨌든, 성이 상품화되었을 때 문제시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고, 성이 상품화되지 않았을 때 문제시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1. 성 상품화가 문제시되는 경우

2. 성 상품화가 문제시되지 않는 경우

3. 성의 비 상품화가 문제시되는 경우

4. 성의 비 상품화가 문제시되지 않는 경우

1의 경우에는 섹시 콘셉트의 아이돌, 포르노, 섹스 어필을 통해 수익화를 한다고 보이는 많은 행동들이 해당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류, 속옷 시장 역시 어느 정도 성 산업에 편승하고 있다고 본다. 모든 문제시되는 경우란, 동일한 조건을 가지면서 문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엄밀하게 그 자체로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2의 경우는 1처럼 때에 따라 문제시될 수 있는 조건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것들의 예시로는 가령 애초에 성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 가령 포르노나 성인 영화 등을 들 수 있겠다. 성인물은 상품화된 성이지만 문제시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가령, 노골적이고 저급한 포르노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있어도 얼마 전에 논란이 되었던 오징어 게임이나 마이네임에서의 여성 출연자에 대한 여혐 논란 따위가 성적인 문제를 이끌어 내는 경우가 있다. 가령 마이네임에서 한소희의 배드신은 한소희의 나신을 상품화한 것으로, 그것을 보길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그러한 상품화가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문제로 여겨진다. 이것이 불편한 사람들은, '꼭 필요한 장면이었나', '해당 신이 한소희에게 제대로 고지가 되지 않았다' 등의 이유를 들먹이며 여성을 성적으로 다루는 작태가 여혐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3의 경우는 성 상품화가 되지 않은 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인데, 대표적으로 예술이 해당하겠다. 이 경우에는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범주를 넘나들며 비판과 옹호가 착종·난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4의 경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로는 개인의 성생활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엄밀하게 4에 해당한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연애·결혼 시장에서의 인간의 섹스 어필은 다분히 매매성을 띠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이 여성에게 원하는 가치로 남성의 가치를 구매한다. 즉, 여성이 남성에게 지불할 수 있는 대가는, 오직 남성이 여성에게 원하는 가치에 의존한다. 반대로 남성이 여성에게 지불할 수 있는 대가 또한 오직 여성이 남성에게 원하는 가치에 의존한다. 가령,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에게 예쁜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원한다면, 그 여자는 그 남자가 원하는 예쁜 외모와 날씬 한 몸매라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에야 팔릴 수 있다. 어떤 여자가 어떤 남자에게 잘생긴 외모와 월등한 재력을 원한다면, 그 남자는 그 여자가 원하는 잘생긴 외모와 월등한 재력이라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에야 팔릴 수 있다. 일종의 성매매다. 명시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떠한 가치 제공을 주고받으며 그 가치에 대한 대가 지불한다. 이처럼 성 상품화인지 아닌지 문제가 되는지 아닌지 모호한 성의 세계에서 우리는 골치를 썩고 있다.

성 상품화는 다분히 이중성을 띤다. 가령 여성 보디빌더가 보디빌딩 대회에서 다른 여성 선수들과 경쟁을 벌이는 경우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이것 역시 여성의 성 상품화라며 문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성 상품화이고 필자는 그러한 상품화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 보디빌딩 역시 남성의 멋진 근육질 몸매를 파는 성 상품화 행위이고 그것 또한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 보디빌더가 군부대에서 비키니를 입고 군인들 앞에 전시展示되는 경우에는 성 상품화의 문제가 촉발된다. 이는 성 상품화의 문제가 다분히 상황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성 상품화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것과 결부된 조건이 달라질 때 성 상품화의 문제가 촉발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비키니를 입고 쇼를 하는 것은 문제시되지만, 그 참가자가 자신의 남자친구와만 있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비키니를 입고 섹스 어필을 하는 것은 적어도 '상품화'로서의 문제는 촉발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의 관점에서 후자의 경우는 다분히 성 상품화적인 행위로 보이고,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