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를 때리면 안 되는가?

2021. 11. 18. 17:20생각

 

행위의 가능성 측면에서 남자는 언제든지 여자를 때릴 수 있다. 그러나 도의적인 관점에서, '때려도 되는가?', '어떤 경우에 때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안다. 우선 위 짤의 경우, 남동생의 타격 행위에 행동적 제한이 없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저 상황이 누나를 타격할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명분의 확보는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타격의 방향성에 옳고 그름은 없다고 생각한다. 강자가 약자를 때리는 것은 잘못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도의적인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잘 생각해보면 애초에 강자이기 때문에 약자를 때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힘의 논리에 따른 관점이다. 힘의 논리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약자는 언제든지 힘을 모으거나 어떠한 수단을 이용하여 강자에 대항할 수 있다. 여기서 확실한 것은 타격에 정해진 방향성은 없다. 도의적으로 옳고 그른 방향성 역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위의 상황은 동생이 충분히 누나에게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단순히 남자라고, 물리적 힘이 강하다고 해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든 공격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나의 공격 행위는 오히려 동생에 대한 인격 말살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당연히 할 수 있는 응석 부리기 같은 것이 아니다. 위의 상황이 누나의 폭력을 반드시 정당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정당화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해석의 시점에 따라 양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패야 말을 듣는다는 생각은 다분히 사후 해석적인 생각이다. 패도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배제되었으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패지 않고 말을 듣는 경우 또한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애초에 '말을 듣게 한다'의 정당성이 무엇에 근거하는지가 매우 상대적이다. 위 상황에서 누나는 동생으로 하여금 왜 자신의 말을 듣게 하려 하는가? 다분히 동생의 욕심과 누나의 욕심이 충돌하는 부분이다. 동생은 미래에 대한 내적 고민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상황적으로 지금 게임을 하고 싶거나 게임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누나는 동생이 대학을 졸업하든 독립을 하든 바라고 있다. 무엇이 옳은지는 기준에 따라 다르며, 기준 설정자의 상황, 기분, 가치관에 따라 천양지차이며 가변적이다. 어쨌든 둘은 원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중재를 해야 하지, 서로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옳다며 그것을 상대에게 주입시킬 수는 없다.

남자가 여자를 때려선 안 된다면, 마찬가지로 그러한 이유로 남자는 여자를 때릴 수 있다. 당위가 가능성을 함축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설령 전건이 참이더라도 후건의 도출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남자가 여자를 때려선 안 된다면, 마찬가지로 그러한 이유로 남자는 여자를 때려도 된다.'라는 명제의 진리 관계를 알아보자.

 

( 남자                       →                   ~때려 ) ( 남자                    →                     때려 )
T T T F T F F
T F F T T T T
F T T T F T F
F T F T F T T

 

전건이 참일 때 후건이 거짓인 경우를 제외하면 나머지 경우는 모두 참이다. 명제의 전건과 후건이 모두 당위 명제로, 종류가 같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의 도출이 가능하다.

어쨌든 남자는 언제든 여자를 때릴 수 있지만 여러 상황이나 조건, 제도, 관습, 성격, 신념, 가치관 등에 의해 단지 때리지 않을 뿐이다. 필자 역시 아직 여자를 때린 적이 없고 별다른 사유가 없다면 앞으로도 때리지 않을 것이지만, 필자가 여자를 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차폐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필자에 대한 극심한 도발은 여성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함축한다. 혹자는 이것을 보고 "난 언제든지 여자 때릴 수 있으니까 도발하지 마."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필자로서는, 저 문장은 여러 조건의 생략이 많아 받아들이기 조심스럽지만 얼추 맞긴 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여자를 때리지 않겠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여자를 때릴 수 없거나 때리지 않는다는 주장은 거짓에 가까워 보인다. 왜냐하면 다짐이 가능성이나 사실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도 사실이나 가능성의 측면에서 여자를 때릴 여지가 항존 한다는 것이지, 여차하면 여자를 때릴 수 있다고 다짐하는 것은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신체적으로든 언어적으로든 서로 때리지 말고 대화로 잘 해결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려면 대화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기본적인 지적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인간이 많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쨌든 결론은, 남자는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주장은 여성 보호 편향적인 관점에서 나오는 것이며, 남자는 언제든 여자를 때릴 수 있고, 남자 여자를 떠나서 서로 때리지 않고 대화를 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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