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1. 21:37ㆍ생각
최근에 뒷광고 사실이 발각된 북튜버 김새해는 현재 털리는 중이고, 남아있는 파렴치한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사실상 뒷광고 여부를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겸의 사례같이, 치요남 점주에게 부과된 광고비 명목의 돈이 물증의 형태로 존재한다면 모를까, 아직 드러나지 않거나, 애초에 드러내기 어려운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추측한다. 그런데 사실상이 요즘 시대와 같은 마케팅 지배 사회에서 광고가 아닌 것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도 관점에 따라 광고의 일환으로 취급할 여지가 있고, 면접부터 sns에 올리는 일상이나 프로필 사진까지, 다 자기의 처지를 부풀려 상대를 기망하는 행위의 일환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너무 과도한 해석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인류가 존재하는 시점부터, 애초에 인류가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광고 형태는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광고라는 행위의 공통 속성은, '마냥 믿을 만한 것이 못됨'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에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속아넘어가는 작용이 보태져야 비로소 광고-구매 구도가 완성된다.
모든 인간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자본주의 하에, 성적 자본인 각각의 개인은 성산업의 광고주이다. 나는 연애 시장에서 나의 가치를 높여야 상대로 하여금 간택될 수 있고, 섹스 시장에서는 전반적인 성적 가치를 높여야 하며, 결혼 시장에서는 나의 이것저것 여러 가치를 올려 구매자의 만족도를 충족시켜야 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이는 비유이다. 이것은 자본주의를 베이스로 하지 않더라도, 유사한 가치 교환 형태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견해이지 사실이 아니다. 어떤 이는 "나는 그런 식의 교환 가치로 사람을 대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할 수 있고, 이러한 자는 위선자가 아닐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우월한 상대자에 비해 초라하다거나 그 반대라고 느껴진다면 성적 교환 가치를 인정하는 자일 수 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지위를 가지는지에 상관없이 상대가 좋거나 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일개 개인이, 소비자를 기망하는 악질 광고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책 소개를 해주는 것에 대한 대가성 돈을 받았다는 물증이 확보되지 않고, 유튜브 영상에 광고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소비자가 광고임을 인지하지 못하게 스텔스 마케팅을 도입했다면, 소비자는 도대체 그것이 광고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책에 대한 좋은 리뷰나 나쁜 리뷰가 존재할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바이럴이 늘어나면 홍보 효과가 된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인터넷에 리뷰를 남기는 행위는 책에 책정된 가격의 한도를 넘어서는 이득을 작가나 출판사에 주는 것이다. 체인지그라운드(체그)의 씽큐베이션 역시 도서사기감시단(도감단)에 의해 서평 잡이 배라는 마케팅 기법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것이 체그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마케팅 기법이 문제인 것은 아니고, 돈을 받고 광고성으로 만든 것을 광고라고 인지하지 못하게끔 상대를 기망하는 것이 문제라고 할 것이다. 내가 도감단의 일원이었다면 이 기세를 몰아 집요하게 체그 채널을 물고 늘어지겠지만, 광고 회사인 것을 뻔히 아는 나는 굳이 그런 클릭 노가다를 하지 않겠다. 그리고 자기 상품을 자기 채널에서 광고하는 것은 문제라고 하기 애매하다고 하는 것을 들은 것 같다(법률 지식에 무지하다). 어쨌든 체그는 자기 제품을 자기 채널에서 홍보하는 행위를 하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면, 별문제 삼을 일은 없다. 보겸 영상에 대해 "솔직히 광고 아니라고 생각한 놈들 있냐? 다 알고 보는 거지 ㅋㅋ"라고 실드 치는 잼민이들이 많이 있다. 응, 많이 있다. 자본주의에서 호구 안 되기 힘든 그런 순수한 신도信徒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왜냐하면 광고인 것을 알았으면 광고의 특성상 과장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둘 것이기에 구매 전환이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 몇 권 가지고 그러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김새해 사례를 보면, 광고임을 고지하지 않고 소개한 책이 72권이다. 만약 진성 팬이라서 그 책을 모두 구매했다면, 속은 자는 100만 원의 기망을 감수했다고 보아야 한다. 내가 볼 때 유튜브 판은 구독자 1만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모든 영상에 대해 광고 의심을 필히 해야 한다. 의심 없이 살아가기 힘든 불신의 세상. 저 신뢰 사회. 체그는 고 신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상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디 그 신조 꿋꿋이 이어가길 바라고, 뒤 탈이 나지 않도록 법적인 대비도 철저해야 할 것이다. 설령 문제가 없어도 음모론자에게 사소한 약점이라도 잡히면 끝까지 물려 늘어뜨려져 너덜너덜해질 수 있다. 그리고 우중은 개돼지성이 없지 않아 위험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하며, 또 그에 맞서는 추종 세력의 확보도 중요하다. 역사는 믿음 공동체 간의 투쟁이다. 이번 유튜브 뒷광고 사태를 며칠 지켜보면서, 여기저기 시류에 휩쓸려 자기주장 없는 개돼지가 많음을 느꼈고, 특정 유튜버에 대한 광신적 맹종도 목격했으며, 인생을 살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겠다는 것을 느꼈다. 음해 세력이 항시 존재하므로, 그에 맞서는 개인의 청렴이 중히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한책협은 작가 김태광이 운영하는 협회이다. 김태광은 김새해의 스승이며, 김태광 역시 표절이나 고액 강의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8월 2일에 약 6시간 동안 진행하는 글쓰기 특강의 수강료가 20만 원인 것을 보아 뭔가 굉장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될 수 있다. 어쨌든 요즘에는 이런 유의 돈벌이가 유행하는 것 같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추종 세력을 수합하고, 그들에게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 말이다. 유튜버가 딱 그것이고, 애초에 그런 식의 돈벌이가 아닌 것이 없다. 실력을 길러 능력을 보유하고, 그 후에 자신이 소유한 재능을 팔아먹는 것이다. 회사에 취직하는 모든 행위 역시 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십여 년간 공부해서 내 가치를 올리고 면접관에게 "내 시간과 능력을 사주세요"라며 자신을 판매하는 것 역시 같은 것 아닌가? 북튜버 역시 작가가 되든, 책 천 권을 읽든, 북튜버에 맞는 타이틀을 획득하고, 책을 소개할 깜냥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 요소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의 등장으로 어떤 유튜버는 자질이 의심될 정도로 수준이 낮거나, 애초에 그들에 대한 자격 검증 기준 따위도 없다.
북튜브 뒷광고가 먹튜브 뒷광고보다 더 악질인 이유는 추종자의 간절함을 더 자극하기 때문이다. 치킨이야 한 번 시켜 먹으면 한 번 만족이나 불만족으로 끝나지만 책은 한 권만 가지고는 절대 현격한 지적 성숙이 되지 않아, 책이 책을 낳는 사슬 형태의 판매가 가능하고 종국적으로 소비자를 희망고문한다. 추종자의 믿음을 이용하여 돈을 번다는 사실은 북튜버나 먹튜버나 같다. 그런데 물론 이것은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니다. 돈을 벌려면 구매자에게 신뢰를 주어야 함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폭리를 취하면 안 되겠지만 적당히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북튜버든 먹튜버든 애완동물로 귀여움 장사를 하는 개튜버든 자신의 사업 홍보를 위한 홍튜브든 간에 소비자를 적당히 기망하도록 하자. 우리도 이제는 로무새, 섹무새, 주작무새처럼 매사에 프로 광고무새가 되어야 하는가 보다.
ps. 김태광은 김새해에 대한 뒷광고 폭로 이후 김수영까지 저격했다. 김태광 씨의 과거 논란과는 별개로, 뒷광고 유튜버들의 부정을 들춰내는 그의 행보는 응원 받을만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VcsvekaA5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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