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주작이 판을 치는 시대

.,_ 2021. 12. 9. 11:22

https://www.youtube.com/watch?v=ghw3SsjxfFs 

 

어제 새벽까지 이분의 영상을 너무 재미있게 보다가 특히 위의 영상을 보고 깨달은 것이 많다. 1인 미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방되면서 온갖 인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소위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과 실제로 전문가인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까지도 너도나도 판을 치는 시대가 바로 요즘 시대이다. 기회의 창이 열린 건 기회를 펼칠 기회가 없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의 시대에 사람까지도 홍수로 쏟아져 나온다. 이렇기 때문에 사짜를 가려내는 분별력이 우리에게 요구된다. 가짜가 판을 치는 시대. 그것에 휘둘리는 사람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예전에 비해 좋은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분명히 사람들의 평균이 지식적으로는 상향 평준화가 된 것 같다. 그런데 가끔 무언가를 제대로 시간을 들여 생각하지 않고 맹신하는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만 보더라도 대형 어떤 대형 유튜버들은, 시청자의 추종이 거의 종교급으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공격자도 많다. 일명 '~무새'가 그러하다. 어느 영상에나 나타나서 조작이라고 외치는 '주작무새', 운동인들 영상에 항상 존재하는 '로무새' 등이다. 근거 없이 스크린 속의 내용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근거 없이 영상 속의 인물을 비난한다. 영상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이제 위의 영상에 대해 얘기하자면, 위의 영상은 주작이다. 주작 영상을 고스란히 믿는 시청자에 대한 경각심 고취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영상 초반 20여 분 중 초반 몇 분은 나도 아무 의심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곧 나에게는 이 사람이 주작 감별사라는 채널 명에 걸맞은 스탠스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예감은 들어맞았다.

최근에 갑수목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주작 논란으로 잠깐 시끄러웠다. 주작으로 유기 동물을 만들고 그 동물을 학대하고, 시청자에 대한 동정심 유발을 위해 동물들을 굶기는 등 의혹이 기정사실로 드러난 듯하다. 그리고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멍냥소녀 은집사'라는 채널이 주작 의혹을 받고 있는데, 내가 동물에 관심이 없어서 애초에 몰랐을 내용들이지만, 내가 구독하는 채널들에서 이 채널을 저격했기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저격은 이상하게도 재미있다. 의혹을 품고, 의혹을 사실로 들춰내는 과정과 결과물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내 기분에 비추어 의혹러들의 마음을 짐작하면 안 되지만, 기저에 이러한 추리 흥미 심리가 내재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장르소설에서 추리류가 잘 팔리는 이유도 이러한 인간의 문제 해결에 대한 흥분에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잠깐 샜는데, 다시 돌아와서, 우리가 의심을 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자세이지만, 처음부터 주작일 것이라고 확증 편향에 빠져서 모든 것을 거짓일 것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받아들이고 끼워 맞춰 나가면 안 될 것이다. 은집사의 영상의 어떤 의혹 내용은 의심하고자 한다면 할 만한 것들이지만 마찬가지로 의심하지 않고자 한다면 굳이 의심하지 않을 만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미 의심을 한 번 품은 사람은 그 의심을 스스로 떨쳐내기 힘들다. 신의 존재가 의심스럽다면 신이 의심스럽지 않을 만한 근거가 나에게 보여야만 내 의문이 해소된다. 이런 유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내가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가능성은 무한하다. 지구 대기권에서 일반 성인의 몸뚱이로 자연 비행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물리적이고 논리적으로 가능하다. 빛이 초속 30만 킬로미터를 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네모난 원은 현실적이고 물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은집사에게 제기된 의혹 중 고작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의혹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중립 성향의 판단자에게 좋은 점은, 극단으로 편향된 의혹자들이 알아서 증거를 찾아내기 때문에 힘을 들이지 않고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그것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가령 혹자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어떠한 개선도 없고, 사건도 발생하지 않으므로 가장 나쁜 부작위라고 질타하는데, 관조자적 성향을 가진 사람 중에는 몸을 사리거나 신중하여 필드에 직접 나서지 않는 자들이 더러 있다. 이들이 진정 불의에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들의 가장 안 좋은 면일 것이다. 가장 나쁜 놈들은 감정적으로 이리저리 휩쓸리는 자들이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았다. 난 그때 그것이 주작임을 인지했다. 그런데 내 동생은 주작이 아니라며 끝까지 옹호했다. 그 어릴 때 하나의 대상을 두고, 누구는 의심하고 누구는 맹신했다. 이게 사람의 경험이나 성향의 차이인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으로 신기하다. 천안함, 세월호, 부정투표 등등 온갖 의혹과 음모론들이 넘쳐나고 지키려는 자와 부수려는 자의 대립이 공존한다. 공식화된 정보가 사실인지 의혹이 사실인지 정말 사실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