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책을 읽어라
책은 성공의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아니다. 책은 단지 성공의 확률을 높여주는 수단일 뿐이다. 책을 읽고 반드시 성공한다면 책은 성공의 충분조건이다. 책을 읽지 않고서는 성공하지 못한다면 책은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그런데 책은 이 두 조건 가운데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성공한 자들의 농간에 쉬이 놀아나면 안 된다. 책은 잘 이용하면 분명히 대단한 자산으로서 기능하지만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잘 사는 사람은 존재한다. 마냥 책을 읽으면 성공에 더 비례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책과 성공은 반드시 비례하는 관계는 아니다. 성공한 자들의 성공 비법은 다분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결과주의적이다. 이들 중에 어떤 이는 확증 편향에 빠져있는 경우도 있다. 확증편향과 결과주의적 해석은 다소 비슷한데, 이는 답이 이미 정해져 있음을 뜻한다. 마치 종교에서의 사후 해석과도 같은 원리인데, 모든 사건을 결과가 발생한 후에 신의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과 유사하다.
책을 읽는 행위는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다. 좋은 정보 위주의 다양한 정보가 요구된다. 성공에는 성공 공식이 아니라 성공에 필요한 정보가 필요하다. 운적 요소가 매우 크지만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이므로 배제하고, 내가 다룰 수 있는 요소 중 최고의 자기계발은 단연 독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적은 돈과 가장 적은 공력, 시간으로 수십 년의 경험이 담긴 지식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엔 정보 습득 매체가 다양해져서 꼭 책이라는 매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동영상 강의 시청이나 오프라인 수업 등은 직접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그만큼 요즘엔, 쓸 데 없이 늘여서 불필요한 정보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책도 단지 몇 문장이면 될 말을 200 페이지로 늘인다거나, 영상도 단지 몇 마디면 될 것을 시청 시간을 늘리기 위해 쓸 데 없는 부연을 끼워 넣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것들을 초반에는 경험하는 것도 좋다. 그래야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내는 안목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계독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겹침 때문에 어찌 보면 시간 낭비의 요소가 있을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자유자재로 소요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매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책과 성공의 방정식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책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왜냐하면 물론 성공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어느 정도 객관적인 지표에의 성공은 자리가 한정되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성공의 자리에 앉을 사람의 수 보다 많다면 도태자는 필시 생겨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물론 혹자는 책을 읽는 사람의 성공을 그런 식으로 규격화되게 정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의 상당수는 그 규격화된 성공의 범주에 속하기 위해 책을 산 것이다. 어느 누가 성공 신화를 책으로 엮어 팔면서 성공 공식을 책에서 외치고 있는데, 나중에 가서 '내가 말하는 성공은 그런 성공이 아니었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책을 어느 정도 잘 읽어내는 사람은 그런 정도의 분별력은 어느 정도 있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온전하게 현명한 판단을 해내지는 못한다. 잘못된 확신을 독자에게 심지 말라. 당신들이 믿는 성공의 공식 따위는 성공의 절대 진리가 아니다. 그나마 소심하게 주장할 수 있는 정도의 말은 성공한 사람이나 전문가, 학자, 선구자의 책을 읽으면 그 분야의 지식을 늘려줄 수는 있으나 반드시 성공으로 도달하게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정도이다. 성공 확률은 높여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과학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과학 지식을 어느 정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자기만의 새로운 발명이나 발견을 해야 한다. 사업에서의 성공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방식과 똑같은 길을 밟아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왜냐하면 사업에서의 성공의 기준은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사업에서는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이다. 우리가 이미 성공한 자의 방식으로 유사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시장의 파이, 사업 전망, 수요 공급도, 지속 가능성, 아이템의 만족도 등 변수가 다분한 복잡계적 요소이다. 상식적으로 '책을 읽으면 성공한다.'라는 조건문의 진릿값을 알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진리표로 살펴봐도 뭐가 더 확률이 높은지 답이 나온다.
책 | 성공 | 책 → 성공 | |
W1 | T | T | T |
W2 | T | F | F |
W3 | F | T | T |
W4 | F | F | T |
첫 번째 가능세계에서 책을 읽는 것이 참이라면 성공은 반드시 참이다. 두 번째 세계에서 책을 읽는 것이 참이고 성공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으면 성공한다는 명제는 거짓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세계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거짓인 경우이다. 물론 네 번째 세계에서의 조건문의 참이 책을 읽지 않아도 성공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강화하지 않는다. 이 진리표와 실제 세계에서 책을 읽으면 성공한다는 사실은 기준이 달라 대응하지 않는다. 첫 번째 세계를 보면 책을 읽는 것이 참이고 성공하는 것이 참일 때 책을 읽으면 성공한다는 명제가 참이 된다는 뜻이지 책을 읽으면 반드시 실제로 성공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성공의 진릿값이 참으로 정해져 있어 현실 세계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성공하려면 책을 읽으라는 소리는 굉장히 쉽다. 말이 쉽다는 소리다. 군더더기가 필요 없고 깔끔하다. 말을 더 이상 늘일 필요가 없다. 그만큼 책이 성공의 수단으로 절대적인 경지에 올랐다는 소리인데, 알다시피 대한민국 독서량은 연평균 1권이 되지 않는다. 이는 책을 읽는 사람에게 엄청난 기회이다. 이 말을 듣고 책을 평소에 많이 읽던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겼는가? 안타깝게도 당신이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사람보다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성공에 가까워질 확률은 높아질 수도 있다. 확률을 높여가는 인생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도록 하자. 아무리 수천 권의 책을 읽었어도 성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방향을 잘못 설정하거나 결국에 실행을 하지 않거나, 실수를 저지르거나, 그렇게 많이 읽었음에도 너무 머리가 커져 뭘 해야 합리적일지 모르는 경우 우리는 성공에 다다르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무식해야 더 잘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무지하면 시행착오를 겪는 기간이 더 길 것이다. 그래도 어찌 보면 알기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자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어떤 직접 경험은 경우에 따라 간접 경험보다 압도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성공한 자의 말만 듣고 그들의 사후 해석 편향에 동조하면 안 된다. 그들은 그들 본인만 경험했다. 절대 우리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절대 우리 인생을 대신하지 않는다. 어떤 좋은 책을 쓰는 사람도 일단 책팔이 일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 낙인찍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소리다. 최대한 분석하고 상황을 고려하고 변수를 다스려서 아주 현명하지는 못하더라도 덜 현명한 판단 정도는 해야 한다.